“적금보다 낫다”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 5년간 90배 가까이 늘어

김형민 기자

입력 2021-05-06 03:00 수정 2021-05-0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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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체 주주의 5.34% 차지
“자녀에 경제교육 겸 증여 목적”
향후 증시 긍정적 전망도 한몫
전문가 “안정적인 ETF 보유 추천”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미성년 자녀들에게 주식을 사주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20대 미만 미성년 주주(11만 5083명)는 2016년(1290명)의 90배 가까이로 늘었다. 뉴시스
직장인 김모 씨(37)는 이달 초 22개월 된 아들 이름으로 주식계좌를 만들어 삼성전자 주식 100주를 샀다. 앞으로 분기마다 우량주를 골라 30만 원어치씩 꾸준히 사줄 계획이다. ‘쥐꼬리 이자’를 받는 은행 예·적금보다는 우량 종목을 골라 장기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아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주식계좌를 직접 관리하게 할 계획”이라며 “미래를 위한 재테크뿐 아니라 실전 경제교육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에 미성년자의 주식 투자 열기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주주는 최근 5년 새 90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조기 경제교육, 증여 등의 목적으로 가격 변동이 크지 않으면서 적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우량주를 자녀 이름으로 사들이는 부모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20대 미만 미성년 주주는 11만508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총 588만2569주다. 4일 종가(8만2600원)로 계산하면 미성년 주주 1인당 평균 약 421만 원어치를 보유한 셈이다.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는 2016년 1290명에서 액면 분할이 이뤄졌던 2018년 1만5021명으로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어 지난해 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2년 만에 다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체 삼성전자 주주에서 미성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93%에서 2020년 5.34%로 커졌다.

삼성전자뿐 주식시장 전반에서 미성년 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이 시중은행 예탁원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식계좌를 보유한 미성년자는 2018년 18만7532명에서 2020년 60만1568명으로 급증했다. 이들의 주식 보유액도 같은 기간 1조5418억 원에서 3조472억 원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많은 키움증권에서만 올 들어 4월까지 13만8300여 개의 미성년자 계좌가 신규 개설돼 지난해 개설된 전체 계좌 수를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절세 혜택을 노려 미리 주식을 증여하는 부모들이 늘어난 데다 최근 증시 호황에 주식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커진 결과로 보고 있다. 일찍부터 주식 투자에 눈을 뜨는 10대들도 늘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각종 경제 위기에도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약진했고 주가도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것을 부모들이 경험했다”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미성년 주식 투자자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상 등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우려된다면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김 센터장은 “개별 종목보다는 ETF가 자녀를 위한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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