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해 보이고 맵지도 않은데… ‘마음’을 끄는 짬뽕[와인쟁이 이상황의 오늘 뭐 먹지?]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입력 2021-05-05 03:00 수정 2021-05-05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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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나쓰부’의 고기짬뽕. 이상황 씨 제공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정겨운 단어 ‘중국집’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맞닿아 있습니다. 만만한 외식공간이 없던 시절, 뭔가 기념할 일이 생길 땐 무조건 중국집이었지요. 한 세대가 지나면서 이제 중국집은 먹을 만한 게 특별히 생각나지 않을 때 한 끼를 때우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시절과 이 시절을 나누는 음식이 바로 짬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현대사에 짬뽕만큼 드라마틱한 역사를 지닌 요리도 드물 겁니다. 짜장면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다고는 하나 어릴 적 기억에 짬뽕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대신 자리 잡고 있는 건 우동이지요. 지금도 중국집 메뉴 중 우동이 화석처럼 남아있기는 해도 예전처럼 짜장과 더불어 양대 산맥을 이루던 모습은 아닙니다. 아마 젊은 사람들은 갸우뚱하겠지요. 중국집에 웬 우동이지 하고 말이죠. 우동의 자리를 밀어내고 중국집 안방을 차지한 짬뽕은 오랫동안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다가 다양한 모습으로 분화돼 급기야 이게 짬뽕인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짬뽕 전문점이 생길 만큼 인기를 얻고 있지요. 아무튼 태생이 그러했듯 짬뽕의 변신은 무죄입니다.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위치한 ‘나쓰부’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고기짬뽕으로 소문난 맛집입니다. 주방 경력 30년의 나문채 셰프가 전국 고기짬뽕 고수들의 맛을 섭렵한 후 자신만의 레시피로 개발한 야심작입니다.

가격이 비교적 낮은 데다 양도 만만치 않습니다. 비주얼은 참 소박합니다. 면 위에 얇고 가늘게 채를 친 돼지고기와 숙주가 잔뜩 올라가 있는데 양파채도 보입니다. 그리고 끝. 다양한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해물짬뽕에 비해 허전할 정도로 단순한데, 바로 이 단순함에 마음이 끌립니다. 단순하지만 강렬합니다. 뭔가 많이 들어가서 맛있는 음식도 있지만 진짜 맛있는 것들은 의외로 단순하더라고요.

매울 것 같은 진한 붉은색이지만 보기만큼 맵지는 않습니다. 짬뽕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자극적인 매운맛이 아닙니다. 텁텁하지도 않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아삭한 숙주의 향과 함께 기분 좋을 정도로만 맵습니다. 이 집 해물짬뽕이 색은 덜 매워 보이는데 실제로는 더 맵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안 그래도 뒤에 은근하게 맵지요. 더 매운 걸 원하면 청양고추를 넣는데 캡사이신 같은 재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해물짬뽕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고기짬뽕을 더 추천드립니다. 육수는 똑같은 해물 베이스이고 고춧가루 사용 양도 같은데 중간에 투입되는 재료에 따라 이렇게 맛이 달라지네요. 결국 고기 양이 적으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맛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유린기(유린지), 유린육(유린러우)도 맛있습니다. 의혹의 눈초리를 돌리기 쉬운 주방도 오픈돼 있고 한눈에 봐도 청결해 위생에 대한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요리는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을 받으면 바로 조리에 들어갑니다. 이곳은 배달은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가격 대비 만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상황 배리와인 대표 wine@verais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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