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소형 모듈 원자로’로 세계시장 진출 목표

백승무 기자

입력 2021-05-04 17:43 수정 2021-05-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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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경제성 만점 혁신형 SMR는 미래에너지의 핵
한국수력원자력, 세계시장 진출 목표로 기술개발 잰걸음


SMR(Small Modular Reactor)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켜 공장 제작과 모듈 운송으로 원전 건설 현장에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300MW 이하의 전기출력을 가진 ‘소형 모듈 원자로’다. 일반 원전과 같이 원전이 들어설 장소에서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조립 방식으로 미리 생산된 모듈화 기기를 해당 장소에 운송해 설치하는 방식을 주로 채택하여 설계 단순화 및 공정화를 통해 신뢰성 및 경제성 향상이 가능하다.

SMR는 대형 원자력발전소보다 매우 낮은 출력을 가지고 있어 외부 전원 없이 자연적인 물리 현상을 이용하는 안전계통을 채택하기 쉬워 높은 고유안전성을 갖고 있다. 시스템 자체가 작아 지하 매립 방식, 냉각 수조에 넣는 방식, 해양부유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고 시 환경으로 누출되는 방사능의 양을 획기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또한 핵연료를 대형 원자로와 비교해서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핵연료 재장전 및 운송에 필요한 인프라 및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어 핵안보성도 증진된다.


왜 SMR인가
우리나라는 SMR 분야에서 출발이 늦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MART 원전 기술이 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적기에 상용원전을 설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원전은 안전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안전설비를 추가하고 그로 인해 저하된 경제성을 만회하기 위해 용량을 키우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SMR는 그 반대다. 궁극적인 안전성을 달성하기 위해 극도의 단순성과 소용량을 추구한다. 기존의 틀로 보면 경제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해 작지만 경제성이 있는 원자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신 기술과 규제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MR의 개발은 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연구계를 대표하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주축이 되어 국내 산학연의 모든 역량을 모아 추진하고 있다.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2030년쯤에 개발이 완료되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 수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부 정책 조율과 재원 확보를 위한 예비타당성 평가 등은 과기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주관하여 추진하고 있다.

세계 SMR 시장 확대 전망에 따라 혁신기술 적용 및 시장 선도 경쟁력을 갖춘 SMR 노형 개발이 필요하다. 1990년 이전 건설된 세계 노후 상용원전의 상당수(48기)가 500MW급 이하로 이를 대체하기 위해서 낮은 건설비와 다양한 활용성, 기존 전력망 활용이 용이한 SMR의 수요 확산이 기대되며 혁신형 SMR을 통해 다양한 용량에 대응한 수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대형원전시장은 현재대로 APR1400이, SMR 시장은 혁신형 SMR로 수출상품 다각화를 조성할 수 있다.

원전 분야에서 기술 역량과 우수 연구인력을 보유한 우리의 기술력 유지와 유출 방지 및 강화를 꾀하고 중소·중견기업 등 관련 산업생태계 활성화와 우수 인력 양성 및 고용 창출이 가능하게 된다.

혁신형 SMR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안전 목표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어떤 상황이라도 주민이 대피할 필요가 없는,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거기에 원전이 있는지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안전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핵연료 냉각에 필요한 기능들은 외부 전원도 필요 없고 사람의 개입도 필요 없이 최소 한 달 이상 무한대의 시간까지 안전하게 유지하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아무리 안전해도 비싸면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없다. SMR는 단순한 설계를 통해 물량을 대폭 줄이고 주요 기기를 공장에서 제작하고,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무인 운전을 추구하는 등 운영 인력을 최소화하여 APR1400과 같은 대형원전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SMR는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면서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SMR는 유연하게 부하를 따라갈 수 있고, 여러 가지 찬반은 있지만 온실가스 방출 없이 신재생에너지와 같이 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하다.

혁신형 SMR는 안전성 목표나 경제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 규제 요건에서 다루지 않는 혁신적인 개념들이 많이 사용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중성자를 흡수하는 붕산을 사용하지 않는다든지, 전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안전설비들, 주제어실 등을 공용으로 사용하는 개념 등이다. 어떻게 보면 게임의 룰을 새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는 변화들이다. 이런 혁신설계 개념들에 대한 규제 기준이나 지침의 변화를 위해 한수원은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미래 먹거리 수소산업

정부의 한국판 뉴딜과 친환경·저탄소에너지 전환 정책에 맞춰 한수원도 ‘한수원형 뉴딜 종합대응계획’을 수립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다방면에서 신사업을 구축하는 가운데 저탄소·디지털 전환과 수소경제 트렌드를 반영한 수소·에너지 융복합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매진하고 있다.

수소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으며 경제적 효용 측면에서도 다른 친환경에너지보다 잠재력이 강하다. 기술적 성숙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수소산업은 2050년 약 2조5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수소를 활용해 꾸려지는 수소경제 로드맵이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한수원은 수소 생산, 저장, 활용에 이르는 전 주기를 선도하는 기업을 표방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원전 운영과 관리에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

국내 최대 발전운영사이자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한수원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합한 원전 운영 기술 고도화를 통해 원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전 해외 수출 경쟁력 확보와 미래 성장사업 확대를 위한 기초 다지기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작년 3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Digital KHNP 로드맵’을 수립했다. 현재 발전운영, 경영 및 설비 관리, 건설·해체, 신재생·수력 등 전 사업 분야에 디지털 변환 및 4차 산업혁명 기술 융합을 추진 중이며 중장기 목표에 따라 스마트 플랜트로의 도약을 진행 중이다.

백승무 기자 zero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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