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퇴…“자식에게도 경영권 안줘”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1-05-04 10:04 수정 2021-05-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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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19 억제 효과’ 등 각종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홍 회장은 4일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고 분노했을 모든 국민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 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는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 회장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유가공 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 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며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했다.

홍 회장은 “이 모든 것에 책임지고자 저는 남양유업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 또한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퇴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데 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살을 깎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남양을 만들어 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 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 감사하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홍 회장은 사퇴와 관련한 발언을 하던 도중 울먹거리다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 뉴스1
남양유업은 지난달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불가리스를 공동개발한 한국의과학연구원(KRIBS)에 따르면 불가리스 항바이러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를 99.999%까지 사멸했다.

이 발표 직후 일부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되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남양유업 주가는 1년(52주) 최고가인 48만90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가 36만원대로 가격이 떨어지는 등 급등락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 결과는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인체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렀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불가리스 생산공장이 있는 남양유업 세종공장에는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부과가 사전통보됐다.

지난달 30일 남양유업 본사와 세종연구소 등 총 6곳을 압수수색했다. 남양유업은 세종시에 “구두로 소명할 기회를 달라”며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세종시는 오는 24일경 청문회를 개최, 남양유업 의견을 듣고 영업정지 명령을 확정할 방침이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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