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좁아진 대출창구…실수요자 완화 묘안 나올까

뉴시스

입력 2021-05-04 05:22 수정 2021-05-04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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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와 신용대출 만기 축소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은 이후 서민들의 ‘주거사다리’가 끊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중순께 실수요자들을 위한 완화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어,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현재 특정 차주에만 적용되는 ‘차주단위 DSR’을 전면 시행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당국은 오는 2023년 7월 전면 시행을 목표로, 오는 7월부터 총 3단계에 걸쳐 DSR 강화를 진행한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7월부터 전 규제지역에서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담대를 받거나,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받는 이들에 차주단위 DSR이 적용된다. 또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대출자들에 확대 적용되고, 오는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에 모두 적용된다.

하지만 이번 대책 발표 이후 오히려 저소득층과 마이너스 통장 등 기존 대출이 있는 서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혼란이 일고 있다. 규제가 시행되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 등이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자 보다는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과 기존 대출이 있는 경우 이번 규제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대출금리 2.5%(만기 20년·원리금 상환기준), 다른 대출이 없는 연소득 2000만원인 대출자의 경우 DSR 70%가 적용되는 현재 2억2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DSR 40% 적용시 1억2600만원으로 대출한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만기 30년일 경우 대출 가능 금액은 현 2억9500만원에서 1억6900만원으로 1억2600만원 가량 줄어든다.

반면 마이너스 통장 한도 1억원(금리 연 3%)을 보유한 연봉 1억400만원인 대출자가 규제지역에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금리 2.7%, 30년 분할상환(원리금 균등방식)으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규제 시행 이후인 올 7월과 내년 7월 이후에도 최대 한도인 3억8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마이너스 통장을 유지하고도 한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이하는 담보대출비율(LTV) 40%,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LTV 20%가 적용된다.

무엇보다 이번 대책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은 신용대출이다. 금융위는 그간 10년으로 획일 적용하던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를 10년에서 오는 7월부터 7년으로, 내년 7월부터는 5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 주담대가 막혀 신용대출로 메워왔던 그간의 관행이 앞으로는 힘들어질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연 소득 5000만원인 대출자가 규제지역에서 시가 7억원 아파트를 구입할 때 금리 2.7%, 30년 분할상환(원리금 균등방식)으로 주담대를 받는 경우, 마이너스 통장 등 기타대출이 없는 경우엔 LTV 40% 적용시 2억8000만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한도 5000만원의 마이너스 통장(금리 연 3%)이 있다면, 오는 7월 이후 주담대 한도는 2억3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내년 7월 이후에는 주담대 한도가 1억7000만원까지 줄어든다. DSR 40% 적용에 더해 DSR 산정 만기 기준이 7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 결과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신용대출을 실제 상환능력에 따라 다년도 만기대출로 전환해 수년간 나눠 상환하게 되면 대다수 실수요자들의 대출한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또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라 장래소득증가 가능성이 높은 차주의 경우 장래소득이 반영돼 대출한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오는 2023년 7월부터 총 대출액 1억원이 넘는 차주에 DSR 규제가 전면 적용되면, 규제 영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년층 등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한 완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당초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실수요자 완화 방안도 함께 담을 계획이었으나, 당정 간 조율 문제에 부딪혀 2차례로 나눠 발표하기로 했다.

현재 당정은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 우대 비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올리는 방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투기·투기과열지구에서 LTV 40%, 조정대상지역에서는 50%가 적용되는데 청년, 서민 등 일정 요건을 갖춘 무주택자들에게는 각 10%포인트씩 우대해주고 있다. 이 10%포인트의 LTV우대폭을 확대하는 방안, 소득이나 주택가격 기준을 높이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다. 주택가격 기준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소득 기준은 연 8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구체적인 숫자는 아직 협의 중이지만 세제 개편 일정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달 중순엔 실수요자 지원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우대 확대 등 금융지원 강화방안이 확정 시행되면 오히려 주담대 한도가 증가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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