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여왕’ 김효주… LPGA 5년 3개월 만에 트로피

강홍구 기자

입력 2021-05-03 03:00 수정 2021-05-03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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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챔피언십 17언더 대역전극… 선두 그린 막판 연속보기로 환호
햇빛 알레르기로 얼굴 전체 가려
경기 먼저 마치고 40분 기다리며 연장 대비 안하고 허기부터 채워


김효주(오른쪽)가 2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클럽 뉴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같은 조의 소피아 포포프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목에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김효주는 이날 복면과 선글라스로 얼굴 전체를 가렸다. LPGA 제공

연장 승부에 대비해 퍼팅 연습이라도 할 법했지만 김효주(26·롯데)는 배부터 채웠다. 마지막 조보다 40분 가까이 먼저 경기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 식당으로 돌아와 여유 있게 파스타와 팝 타르트(과자의 일종)를 먹으며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1타 차 선두였던 해나 그린(25·호주)이 17번홀 보기를 해 공동 선두가 된 뒤 18번홀(파4)에서 다시 파 퍼트를 놓치면서 김효주의 우승이 확정됐다. 중계 화면을 통해 이 장면을 함께 지켜본 동료들이 김효주의 머리에 음료수를 부으며 축하했다. 샴페인도 터뜨렸다. 김효주는 “연장전에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배가 너무 고팠다. 오늘 노 보기 플레이를 해서 꿀맛이었다. 너무 더워서 연습장에 가기보다는 열을 식히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긴박한 순간에도 허기부터 채우는 여유를 보인 ‘천재소녀’ 김효주가 우승 갈증을 후련하게 해소했다. 5년 3개월간의 침묵을 깨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4승을 차지했다. 2일 싱가포르 센토사GC 뉴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선두 린시위(중국)에 5타 차 공동 8위로 출발한 김효주는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따내며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섰다. 2016년 2월 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 이후 LPGA투어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우승 상금 24만 달러(약 2억7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에서 김효주는 ‘복면 골퍼’로도 주목받았다. 나흘 내내 선글라스에 얼굴 전체를 가리는 흰색 복면 차림으로 플레이했기 때문. 과거에도 마스크를 쓰고 플레이했던 그는 강한 태양 아래서 피부를 보호할 의도였다. 김효주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아도 돼 편해서 계속 썼다. 나이가 들면서 목에 심한 햇빛 알레르기가 생겼다. 아무도 내 표정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앞선 조에서 대회를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마무리한 김효주는 공동 1위였던 해나 그린이 18번홀에서 파 퍼트를 놓치면서 우승트로피를 들었다. LPGA 제공
김효주는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 92.9%에 그린적중률도 88.9%였다. 전날 4차례나 했던 3퍼팅을 한 번도 하지 않으면서 퍼팅 수 26개로 나흘 가운데 기록이 가장 좋았다.

2014년 비회원 신분으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LPGA투어에 직행했던 김효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지난해 국내 투어에만 전념하면서 2승에 상금왕까지 차지하며 반등의 디딤돌을 놓았다. 특히 국내에서 비거리 강화에 집중했던 김효주는 2019년 평균 244.7야드에서 올 시즌 262.7야드로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를 늘렸다. 김효주는 “지난해 국내에서 뛰면서 연마한 기술로 LPGA투어에도 적응하고 싶었는데 이 같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 출전의 청신호도 켜졌다. 현재 세계랭킹 9위이자 국내 선수 중 4위인 김효주는 이번 우승으로 국가별로 최대 4장까지 돌아가는 올림픽 출전권 경쟁에서 추격자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됐다.

남편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 씨가 캐디를 맡은 박인비는 15언더파를 기록해 올해 ANA 인스피레이션 우승자인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과 공동 3위로 마쳤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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