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 ‘큰손’ 떠오른 5060, 노후자금 불리려다 손실 우려

김자현 기자

입력 2021-05-03 03:00 수정 2021-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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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거래소 1분기 신규 투자자… 5060이 27만명… 전체의 12% 수준
투자 예탁금 비율은 22.4% 달해… 1분기 매매횟수, 각각 326-292번
20대의 226번보다 훨씬 많아… 노후자금 동원… 투기 역풍 우려 커져



“내가 가상화폐로 번 수익이 원금의 몇 배인 줄 아세요?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얼른 들어오세요.”

회사원 박모 씨(51)는 2월 큰돈을 벌었다는 직장 후배의 말을 듣고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갖고 있는 주식의 절반을 헐어 1억 원을 가상화폐 계좌에 입금했다. 박 씨는 “10년간 코스닥 시장에서 단타 매매로 수익을 낸 자신감이 있어 가상화폐로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씨의 수익률은 한때 200%까지 치솟았지만 지금은 4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대박’을 꿈꾸는 건 20, 30대 청년뿐이 아니다. 자산시장의 전통적인 ‘큰손’인 50, 60대도 가상화폐 시장에 눈을 뜨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이해는 젊은이들보다 부족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투자경험과 든든한 자본력이 밑천이다. 하지만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장년층이 변동성이 큰 코인 투기에 나섰다가 노후자산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5060 코인 투자자, 예탁금의 22%
2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4대 가상화폐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올해 1분기(1∼3월) 동안 새로 가상화폐 계좌를 만든 신규투자자 237만3735명 가운데 50, 60대는 27만986명(중복계좌 포함)인 것으로 집계됐다. 인원은 전체 투자자의 11.5% 수준에 불과하지만 투자 예탁금은 전체의 22.4%(1270억 원)를 차지한다. 그만큼 자금력이 있다는 뜻이다. 특히 50대 신규 가입자는 21만9665명으로 20대(81만6039명)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예탁금은 966억 원으로 20대(881억 원)보다 오히려 많았다.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50대 가구주의 자산은 평균 5억903만 원, 60대 이상 가구주는 4억2701만 원으로 조사됐다. 20대 이하(1억720만 원)나 30대(3억5467만 원)보다 자금력이 있다는 뜻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코인시장의 큰손이 될 ‘실버 투자자’ 유치를 위해 나섰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동안 문을 닫았던 오프라인 고객센터를 다시 개장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오프라인에 익숙한 중장년층을 응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 2030보다 더 공격적, 노후자산 손실 우려



국내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던 50대 A 씨는 최근 ‘코인 투자’로 대박이 나며 학교를 그만두기도 했다. 노후 자금을 충분히 벌어 정년퇴직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A 씨는 지인들에게 “벌 만큼 벌었다. 빨리 은퇴해 편안한 노후를 맞고 싶다”고 말했다. 5060세대가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드는 건 장기화된 저금리로 예·적금으론 노후 자산을 불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증시가 횡보 흐름을 보이다보니 코인시장을 기웃거리는 장년층도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인 시장에 뛰어든 장년층은 젊은이들보다 더 공격적으로 단타 매매를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분기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50대와 60대의 매매횟수는 각각 326번, 292번으로 20대(226번)보다 많았다. 하지만 변동성이 매우 큰 가상화폐가 노후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장년층에게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퇴한 60대 공무원 B 씨 부부는 최근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천만 원을 벌었다. 아내가 친구들의 권유로 코인시장에 들어갔는데 수익이 원금의 4배로 뛴 것이다.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시장에서 자칫 노후자금을 깎아먹을까 걱정된 B 씨는 아내를 설득해 원금은 회수해 일반 금융상품에 넣고 나머지를 가상화폐에 넣어 굴리기로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큰 ‘초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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