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나르는데 기사가 없네…5G 크레인 항만

부산=전남혁 기자

입력 2021-05-02 13:21 수정 2021-05-0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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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제공
지난달 29일 오전 부산항 신감만부두의 동원부산컨테이너 터미널. 수백 대의 컨테이너 사이에서 약 25m 높이의 야드크레인(컨테이너를 트럭에 옮기는 작업을 하는 크레인)이 눈에 띄었다. 집게 모양의 ‘스프레더(컨테이너를 매다는 기구)’가 내려오더니 컨테이너를 집어 인근 트럭에 안착시켰다. 거대한 ‘인형 뽑기’ 기계를 연상케 하는 크레인의 꼭대기 운전석, 조종에 집중해야 하는 기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약 1.5km 거리의 관제실에서 모니터 3대를 바라보며 콘솔을 조작하는 실내 근무자가 운전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LG유플러스가 ‘5G 기반 크레인 원격제어 서비스 시연회’를 통해 선보인 크레인 원격제어 현장의 모습이다. 육중한 기계장비를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한 건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 덕분이다. 영상을 전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지연 시간)이 약 104ms로, 약 660ms였던 4세대(4G·LTE)와 일반 영상 전송 방식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부산=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보통 사람이 영상을 인지하는 속도는 170ms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하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게 되면서 멀리서도 직접 현장을 보는 것처럼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과 관제실 모니터로 영상을 비교·관찰해본 결과, 크레인이 기기 조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기술 도입은 사고 위험을 낮추는데 일조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근 건설 현장의 크레인 추락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운전자가 사망에 이르고, 지상에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원격 조정 기술은 이러한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장의 효율성을 끌어 올린다는 장점도 있다. 기술자 한 명이 3, 4대의 크레인을 제어할 수 있고, 기존에는 시야각이 제한돼 3단까지만 쌓을 수 있던 컨테이너를 4대 이상으로 쌓을 수 있어 면적 활용의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원격 제어 기술로 40%이상 생산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원격제어를 땅 위의 야적장(野積場)에서 움직이는 야드크레인 2대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향후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안벽 크레인’ 등 항만 분야로 넓혀갈 예정이다. 또 세종스마트시티 등 건설 현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일환으로 ‘스마트 자동화 항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원격제어 크레인을 시작으로 자율주행 야드트랙터, 자율주행 드론 등의 5G 인프라 기반 솔루션을 부산항 신선대터미널, 광양항 등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부산=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원격 조정 기술을 시작으로 5G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산업 현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컨테이너를 비롯해 항만을 움직이는 모든 디바이스에 각종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하거나, 무인운반차, 지게차 등을 자율 운행으로 전환하면 효과적인 항만 관리로 생산의 효율성이 증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 상무는 “5G 기술은 많은 디바이스를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며 “스마트 항만 분야에 자율주행, 실시간 영상분석, 디바이스 실시간 위치파악 등 LG유플러스가 가진 모든 기술을 도입해 항만 효율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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