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달리기보다 중간중간 걸어야”… 마라톤 풀코스 완주기[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1-05-02 09:49 수정 2021-05-0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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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중간 중간 휴대폰으로 직접 사진을 찍다보니 자세가 좋지는 않다.
‘혼자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달릴 수 있을까.’

2021서울마라톤 버추얼 온라인 레이스를 신청하고 풀코스 완주가 솔직히 고민이 됐다. 그동안 서울마라톤(한강, 2003년), 보스턴마라톤(2004년), 베를린마라톤(2008년), 뉴욕마라톤(2009)년, 춘천마라톤(2015년) 등 대회 주최 측이 잘 만들어 놓은 코스만 달린 터라 걱정이 됐다. 거리와 시간이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 Strava로 측정할 수 있지만 중간 중간 물도 마셔야 하고 간식도 먹어야 하기에 코스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당초 행주산성에서 출발해 서울 한강변을 달려갔다 오는 왕복코스를 고민했다. 중간 중간 편의점이 있기 때문에 음료수와 간식은 사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혹 달리다 다치거나 혹은 포기하면 돌아올 길이 만만치 않았다. 또 편의점이 일정한 간격이 아니고 어떤 곳은 거의 10km를 달려야 있어 이 구간에서는 음료수를 못 마셔 너무 힘들 것 같았다. 105리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서는 제 때 음료수와 간식을 먹어야 근육 경련을 막을 수 있고 허기도 달랠 수 있다. 대부분의 마라톤 대회는 5km 간격으로 음료수와 간식을 비치해 놓고 있다. 또 갑자기 ‘자연이 부를 수’도 있기 때문에 화장실이 가까이 있는 게 좋았다.

Strava로 기록한 풀코스 완주 인증.
그래서 순환코스를 선택했다. 집(경기도 파주)에서 가까운 경기도 일산호수공원이 딱 맞는 코스였다. 한바퀴가 4.8km라고 표시돼 있으니 8바퀴 넘게 달리면 풀코스는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산호수공원은 나무도 많아 마치 숲 속을 달리는 기분이 든다.

1일 오전 9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한 뒤 좀 쉬다 차를 몰고 일산호수공원으로 향했다. 노래하는분수대 근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스트레칭 체조 등으로 몸을 푸니 오전 10시45분. 달리기 시작했다. 가볍게 한바퀴를 돌았다. 첫 음료수는 2바퀴 돌고 마실 계획을 잡고 있었다. 두 바퀴를 돌고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사려고 있는데 먹통이었다. 카드를 인식하지 못했다. 다른 자동판매기도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달렸다. 한울광장근처 편의점까지 달려야 했다. 결국 2바퀴 4분의3 정도 달렸으니 13km 정도에 이온음료와 초콜릿 바를 먹을 수 있었다. 막 허벅다리에 쥐가 나기 직전이었다. 스트레칭을 좀 한 뒤 다시 달렸다. 한 1km를 더 달렸을까. 이젠 ‘자연이 불렀다’ 다행히 바로 화장실이 보여 해결할 수 있었다.

일산호수공원을 달리다 꽃으로 장식한 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한 컷.
2시간 17분 쯤 하프코스를 넘었다. 그런데 1km 더 달려 한울광장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사이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하늘이 시커멓다 했더니 장대같은 비가 쏟아졌다. 그 때가 오후 1시 30분 정도 됐을 때다. 비가 쏟아지고 있는 데다 바람까지 불어 한기를 느껴 화장실로 들어갔다. 30분 넘게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제자리 뛰기, 스트레칭을 계속 했다. Strava는 일시 멈춤 기능이 있어 화장실 가고 음료수 마실 땐 잠시 기능을 멈추게 할 수 있다.

오후 2시가 넘어서 비가 좀 잦아드는 것 같아서 다시 출발했다. 바닥에 물이 차 있어 피하면서 달리느라 좀 힘들었다. 참나 왜 피해 달렸는지. 좀 달리니 완전히 젖어버렸는데. ㅠ ㅠ. 비 방울이 굵어지면 다시 멈추기를 반복했다. 휴대폰과 자동차 스마트키가 젖으면 안 됐기 때문이다. 화장실 가고 음료수 사먹은 것까지 10번 이상 멈췄던 것 같다.

30km를 넘어서자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시속 8.5km 정도로 달렸는데 8km 이하로 떨어진 것 같았다. 35km를 넘기면서는 더 페이스가 떨어졌다. 허벅지, 장딴지에서 근육 경련이 일어날 조짐이었다. 멈춰서 스트레칭을 하고 달렸다. 그리고 5분 달리고 2분 걷는 워크브레이크(Walk Break) 주법으로 바꾸었다.

워크 브레이크는 미국 및 유럽 등 마라톤 선진국의 마스터스들 사이에서 한 때 유행했던 주법이다. 워크 브레이크는 달리다 걷는 것(Walk)으로 브레이크(Break, 쉼) 해주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마라토너 제프 갤러웨이가 개발한 달리기 방식이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끝까지 달릴 필요는 없다. 능력이 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달려도 되지만 힘들면 중간 중간 천천히 걸어도 된다. 갤러웨이가 워크 브레이크 주법을 만들게 된 이유는 ‘우리 몸은 오랫동안 계속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오래 달리게 되면 근육의 특정부위만을 계속 사용하게 돼 근육이 굳는 현상이 나타나 피로가 빨리 온다. 그런데 잠깐씩 쉬어주면 근육에 더 큰 활력을 준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40km가 가까워오자 워크 브레이크도 힘들었다. 40km를 넘어서자 페이스가 7km 되는 듯 사실상 걷듯이 달렸다. 휴대폰 Strava에 26.4마일이 떴다. 드디어 풀코스를 완주했다. 마일을 미터로 바꾸는 기능을 알지 못해 마일로 달렸다. 실제 달린 거리는 42.50km. 300m를 더 달렸다. 일산호수공원을 8바퀴를 달린 뒤 2km 더 달려갔다 되돌아오니 풀코스를 넘겼다. 기록은 4시간 43분. 시계엔 오후 4시45분으로 찍혔으니 무려 6시간 동안 일산호수공원에서 달리다 쉬기를 반복한 셈이 됐다.

풀코스를 완주한 뒤 포즈를 취했다.
일반 마라톤 대회에서 건 타임(총 출발)으로 했다면 비를 피하지 않고 계속 달렸을 것이다. 칩을 달고 넷 타임으로 했다면 기록은 어땠을까. 화장실가고 음료수와 간식 먹는 시간을 멈출 수 없었을 것이기에 5시간을 훌쩍 넘었을 것이다. 그동안 마라톤 풀코스를 다릴 때 35km 이후엔 사실상 걸었다. 평소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사이로 달리는 터라 제한 시간(5시간 혹은 5시간 30분)에 들어오려고 쉬지 않고 계속 달리다보면 어김없이 장딴지, 허벅지에 근육 경련이 왔다. 하지만 이번엔 비를 피해,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중간 중간 쉬어서 인지 근육 경련 없이 달릴 수 있었다.

평소 달리기를 즐기고 마라톤 풀코스도 완주했지만 Strava 같은 앱과 함께 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걷거나 달린 거리를 체크해주기는 앱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이렇게 달리다 일시 멈춤하고 음료수 사먹고 다시 달리기를 해본 것은 처음이란 얘기다. 디지털 시대지만 사실상 아날로그 식으로 살아온 삶의 방식 때문에 전자시계로 시간만 체크하며 달렸던 나였다. 하지만 Strava와 달리는 게 흥미롭고 재밌었다.

일산호수공원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 코스에 큰 나무들이 많아 마치 숲속을 달리는 느낌을 준다.
4월 12일 2021서울마라톤 참가접수가 시작 1시간 반 만에 1만5000명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끈 이유가 있었다. 참가자 중 ‘2030(20~30세) 세대’가 65%였다고 한다. 20대에선 남자와 여자 비율이 1대1이었다고 했다. 스마트폰에 다양한 앱을 설치해 경쟁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딱 맞는 레이스였던 셈이다. 2021서울마라톤은 1일부터 9일까지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GPS 앱을 활용해 시간과 장소 제한 없이 비대면 레이스를 펼치면 된다. 5km 이상만 달리면 되지만 풀코스 그 이상도 가능하다. 하루에 달려도 되고 나눠서 이어 달려도 된다.

죽어라 풀코스를 한 번에 다 달릴 필요가 없다. 달리다 힘들면 쉬었다 가면 된다. 달리는 문화가 바뀌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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