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D-1’ 과거 두차례 단기 영향…바이오·성장株 타깃되나

뉴스1

입력 2021-05-02 07:40 수정 2021-05-02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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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2021.4.3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 버스’가 2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2021.2.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코스피 100·코스닥 150 지수 편입 종목 즉, 대형주 공매도 재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식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전체에 미치는 공매도의 악영향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증시 방향성에 대한 영향력은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종목별 영향은 차별화될 것으로 봤다. 특히 그동안 주가가 급등한 종목이나 고평가주, 성장주, 바이오주 등은 공매도 재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받을 수 있다. 또 강세장을 이끌어 온 개인 투자자의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일반투자가 향후 주가가 상승할 종목을 잘 선정해야 한다면, 공매도 투자는 향후 주가가 하락할 종목을 잘 골라야 이익을 볼 수 있다.

◇ 과거 두차례 재개 영향 단기 그쳐…성장주·바이오 타깃될 수도

과거 두 차례의 공매도 재개 당시 코스피 지수는 서로 다른 흐름을 보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약 8개월(2008년 10월~2009년 5월)의 공매도 금지가 종료된 후 코스피 지수는 별다른 조정을 받지 않았다. 재개 첫날인 6월1일에도 코스피 지수는 1.4% 상승했고 약 한달간 횡보세를 보이다 7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재개하면서 공매도 금지 이전인 1500선을 회복했다.

반면 2011년 유럽재정위기 사태 이후 약 3개월(8월10일~11월9일) 공매도 금지 이후 재개 시점인 11월10일 코스피 지수는 5%가량 하락했다. 이후 약 두달간 1800~19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한 코스피는 2012년 1월부터 다시 회복세를 재개하며 2000선에 올라서며 공매도 금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코스닥 지수는 반대로 2009년 공매도 재개 이후에는 하락했으나 2011년에는 뚜렷한 흐름을 나타내지 않았다. 2009년 공매도가 재개된 6월1일 코스닥 지수는 2% 상승했으나 이후 약 두달간 조정흐름을 보이며 8%가량 하락해 470선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그러나 8월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재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11년 11월10일 공매도 재개 당일 코스닥 지수는 4%가량 급락했으나 이후에는 별다른 방향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강세장 기조에 있는 한국 증시의 방향성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또 “공매도 재개로 개별 종목과 업종, 더 나아가 전반적인 국내 증시에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를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증시 역사를 뒤돌아 봤을 때 공매도가 시장의 방향성은 바꾸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외국인의 수급에는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한지영 연구원은 “지난해 8월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연장했을 때에도 외국계 롱숏(매수와 공매도를 병행하는 투자전략) 헤지펀드들이 아쉬움을 토로했던 적이 있다”면서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면 그동안 국내 증시에 섣불리 투자를 못했던 외국인들의 순매수 유인이 생겨남과 동시에 국내 증시의 유동성을 포함한 수급 환경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공매도가 재개되는 만큼 종목별 영향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은 고PER(주가수익비율)주나 급등주, 성장주와 과거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었던 바이오주 등은 공매도 재개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함수인 실적이 상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수급적인 이유만으로 현재 추세적으로 우상향하는 주가지수의 방향성을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다만 성장주, 바이오, 고PER주 위주로 고점 대비 주가 하락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고평가 및 주가 과열, 기관 순매수 상위 등에 해당하는 종목군은 공매도의 타깃이 되어왔다”면서 “공매도는 지수 측면의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등의 잣대로 종목별 옥석가리기를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개인 투자심리 영향도 변수…대차잔고 8개월만에 최고

다만 과거에 비해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가열된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1년간 강세장을 이끌어온 개인투자자들, 일명 ‘동학개미’들의 향후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개선책이 나와 예전에 비해서는 불법 공매도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현재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오랜 휴식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시기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공매도 에너지가 폭발할 것이며, 증시의 하방 압력이 강해져서 우리나라 증시 상승에 찬물을 끼얹을 것은 명백하다”고 했다.

지난 4거래일간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장중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하락 마감했는데, 공매도 재개를 앞둔 경계감이 증시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여타 아시아 증시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대차잔고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기관·외국인이 공매도를 하려면 대차거래로 먼저 주식을 빌려야 한다. 대차잔고 증가가 공매도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대기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대차거래 잔고는 55조769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3일(55조9314억원) 이후 약 8개월만에 최고치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론 대차잔고가 전량 공매도로 활용되지는 않는 편이며, 주식과 파생상품의 시장조성을 맡고 있는 금융투자의 시장조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매도를 위해 차입했을 가능성도 높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달들어 대차잔고가 급증한 종목은 공매도를 위한 주식 확보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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