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건희 컬렉션 특별관 마련하라”… 지역 기증작 전시도 내달 시작

전채은 기자 , 손효림 기자

입력 2021-04-30 03:00 수정 2021-04-3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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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유산 사회환원]
文 “미술품 기증, 고맙고 자랑스러워”…문체부 “수장고 등 필요한 상황”
양구엔 박수근, 제주엔 이중섭 작품…‘이건희 컬렉션’ 전국 곳곳 전시 계획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 계기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 컬렉션’ 기증과 관련해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증품을 위한 전용 미술관 건립이 추진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만1600여 점을, 국립현대미술관은 1400여 점을 삼성으로부터 각각 기증받았지만 이들을 전시할 별도 공간이 없다. 현재 보유한 작품들만으로도 포화 상태여서 기존 시설에 기증품만을 위한 상설관을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28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현재 전시 공간이 매우 부족해 ‘이건희 컬렉션’을 위한 수장고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밝힌 바 있다.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은 미술사적 흐름에 맞춰 수집돼 왔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모아 볼 수 있어야 의미 있는 관람이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문체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관련 기관들과 다각도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용지가 거론되는 단계는 아니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술계와 박물관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구체안을 만들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건희 컬렉션’ 기증작들은 다음 달부터 전국 곳곳에서 명작의 향연을 펼친다. 많은 명작들이 수도권 국립기관뿐 아니라 지방 미술관에도 대거 기증됨에 따라 지역 간 문화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소장품을 볼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도 활발하게 추진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문화 향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박수근 ‘농악’(1960년) 춤추는 농민들의 밝은 표정을 굵은 선과 거친 질감으로 그려 한국 고유의 흥취를 표현.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받는 4개 지방 미술관은 관련 특별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원 양구군의 박수근미술관은 다음 달 6일부터 10월 17일까지 여는 ‘박수근 작고 56주기 추모 전시’에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세대 서양화가 박수근(1914∼1965)의 대표작 18점을 선보인다. 올 6월과 8월에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을 각각 여는 국립중앙박물관 및 국립현대미술관보다 관련 작품을 먼저 관람할 수 있는 것. 기증작에는 ‘아기 업은 소녀’ ‘농악’ ‘한일’ ‘마을풍경’ 등 박수근의 대표작이 포함됐다. 이번 기증으로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의 유화 17점과 드로잉 112점을 소장하게 됐다.

천경자 ‘꽃과 나비’(1973년)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꽃과 나비를 한국적으로 표현한 천경자의 대표작.
전남 광양의 전남도립미술관은 전남 출신 거장들의 작품 21점을 기증받았다. 김환기(1913∼1974)의 ‘무제’, 천경자(1924∼2015)의 ‘꽃과 나비’ ‘만선’, 오지호의 ‘풍경’ 등이 포함됐다. 이 미술관은 9월 1일부터 약 두 달간 기증작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편 이건희 컬렉션을 모은 별도 전시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중섭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연도미상) 어린이, 동물, 풍경을 이용해 이중섭 특유의 향토적 분위기를 표현.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에는 이중섭(1916∼1956)의 대표작 12점이 기증됐다. 미술관은 9월부터 이 작품들의 전시를 시작한다. 이중섭이 1951년 서귀포에 머물 당시 남긴 ‘섶섬이 보이는 풍경’을 비롯해 ‘해변의 가족’ ‘비둘기와 아이들’ ‘아이들과 끈’ 등 유화 6점과 수채화 1점이 포함됐다. 이중섭은 1951년 1∼12월 6·25전쟁을 피해 서귀포로 피란을 떠났다. 그가 일본에서 활동할 때 연인 이남덕 여사에게 보낸 1940년대 엽서화 3점과 1950년대 제작한 은지화 2점도 들어있다. 이번 기증으로 이중섭미술관은 그림 59점과 유품 등 총 96점의 이중섭 관련 전시품을 소장하게 됐다.

이쾌대 ‘항구’(1960년) 한국적 리얼리즘 미술을 창조한 작가가 작품 활동 후반부에 그린 풍경화.
이인성(1912∼1950)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 이쾌대(1913∼1965)의 ‘항구’ 등 총 21점을 기증받은 대구미술관은 12월 기증작들을 선보이기로 했다. 해당 기증품 작가 8명 중 4명(이인성 변종하 서동진 서진달)이 대구 출신이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이번 기증으로 지역 대표 작가들의 대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손효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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