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추기경님이 장미꽃이라면, 鄭추기경님은 안개꽃”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1-04-30 03:00 수정 2021-04-30 03:04
이해인 수녀 “조문 못가지만 기도 드려”
“2006년 착좌행사 노랫말로 첫 인연, 저서 통해 신학적 물음에 도움 받아
연명치료 거부도 수도원에 큰 울림… 교회 큰어른 차례로 선종 안타까워”
“김수환 추기경님이 장미꽃이라면 정진석 추기경님은 안개꽃 같은 존재였죠.”
시인이자 수도자인 이해인 수녀(76)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善終)을 애도하며 이처럼 비유했다.
그와 정 추기경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정 추기경 착좌(着座) 행사에 사용할 곡의 노랫말을 의뢰받은 것. 이 수녀는 “음악을 맡은 신부님의 부탁으로 추기경님만을 위한 노랫말을 만들었다. 정 추기경께서 ‘좋은 노랫말을 써주고 행사 참석을 위해 부산에서 먼 길을 와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고 전했다.
그 뒤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정 추기경의 여러 책을 통해 신학적인 물음에 대한 도움과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정 추기경님은 생명윤리를 지키고 교회가 어려운 이웃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힘썼다. 시인의 입장에서 볼 때 추기경님이 고위 성직자로 바쁜 중에도 매년 책을 출간해 51권의 저서를 냈다는 게 놀랍다. 성직자이자 학자로 잠시의 시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증표 아니겠나.”
그는 동아일보에 게재된 정 추기경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대를 이은 안구 기증에 얽힌 사연을 다룬 허영엽 신부 추모글(29일자 A10면)에 감동을 받았다며 “6·25전쟁 중 세 차례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외동아들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더 큰 사랑을 선택한 젊은 시절 추기경님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수녀는 2018년 연명 치료를 거부한 정 추기경의 결정이 수도원 내에서도 큰 화제였다고 전했다.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라는 말도 있지 않나요. 수도원에 나이 든 수도자들이 많다 보니 남 일이 아니죠. 추기경님의 선종을 지켜보면서 연명 치료를 거부하겠다고 서약하거나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자는 다짐이 많아요.”
이 수녀는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도 떠올렸다. 암 치료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던 힘든 시기였다. 마침 김 추기경도 병실에 있어 ‘입원 동기’ ‘환우(患友)’라고 했다고 한다. “하루는 힘들어 기도를 부탁드렸더니 너무 길게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이렇게 기냐고 했더니 ‘글 잘 쓰는 수녀니 하느님께 특별히 잘 봐달라고 부탁했어’라며 웃으시더군요.”
이 수녀는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김 추기경은 아버지, 정 추기경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시인은 두 추기경의 삶을 꽃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추기경님이 유머를 갖춘 카리스마의 장미꽃이라면 정 추기경님은 사람들에게 여유와 위로를 주는 은은한 안개꽃 같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의 큰어른들이 차례로 선종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접 조문은 못 하지만 수도원 내 동산을 돌며 묵상으로 정 추기경님을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수녀는 1990년대 중반 피아니스트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 소개로 알게 된 배우 윤여정 씨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서울에 가면 신 교수 자택에서 식사 모임을 갖는데, 어머니가 가톨릭 신자인 윤여정에게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권하며 신앙을 가지라고 조르곤 했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뒤에는 ‘세례받으라고 당분간 안 조르겠다. 그동안 수고했고 마음껏 당당하게 즐기라’는 문자를 보냈어요. 바쁜지 아직 답은 없네요.”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2006년 착좌행사 노랫말로 첫 인연, 저서 통해 신학적 물음에 도움 받아
연명치료 거부도 수도원에 큰 울림… 교회 큰어른 차례로 선종 안타까워”
이해인 수녀는 “아직도 내 마음의 나이는 17세인데 세월이 빠르다”며 “교회 큰어른들의 선종을 보면서 죽음에 대한 묵상을 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다짐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김수환 추기경님이 장미꽃이라면 정진석 추기경님은 안개꽃 같은 존재였죠.”
시인이자 수도자인 이해인 수녀(76)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선종(善終)을 애도하며 이처럼 비유했다.
그와 정 추기경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정 추기경 착좌(着座) 행사에 사용할 곡의 노랫말을 의뢰받은 것. 이 수녀는 “음악을 맡은 신부님의 부탁으로 추기경님만을 위한 노랫말을 만들었다. 정 추기경께서 ‘좋은 노랫말을 써주고 행사 참석을 위해 부산에서 먼 길을 와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셨다”고 전했다.
그 뒤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는 없었지만 정 추기경의 여러 책을 통해 신학적인 물음에 대한 도움과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정 추기경님은 생명윤리를 지키고 교회가 어려운 이웃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힘썼다. 시인의 입장에서 볼 때 추기경님이 고위 성직자로 바쁜 중에도 매년 책을 출간해 51권의 저서를 냈다는 게 놀랍다. 성직자이자 학자로 잠시의 시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증표 아니겠나.”
그는 동아일보에 게재된 정 추기경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대를 이은 안구 기증에 얽힌 사연을 다룬 허영엽 신부 추모글(29일자 A10면)에 감동을 받았다며 “6·25전쟁 중 세 차례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외동아들이라는 부담 속에서도 더 큰 사랑을 선택한 젊은 시절 추기경님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수녀는 2018년 연명 치료를 거부한 정 추기경의 결정이 수도원 내에서도 큰 화제였다고 전했다. “‘오늘은 내 차례, 내일은 네 차례’라는 말도 있지 않나요. 수도원에 나이 든 수도자들이 많다 보니 남 일이 아니죠. 추기경님의 선종을 지켜보면서 연명 치료를 거부하겠다고 서약하거나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하자는 다짐이 많아요.”
이 수녀는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과의 인연도 떠올렸다. 암 치료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받던 힘든 시기였다. 마침 김 추기경도 병실에 있어 ‘입원 동기’ ‘환우(患友)’라고 했다고 한다. “하루는 힘들어 기도를 부탁드렸더니 너무 길게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이렇게 기냐고 했더니 ‘글 잘 쓰는 수녀니 하느님께 특별히 잘 봐달라고 부탁했어’라며 웃으시더군요.”
이 수녀는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김 추기경은 아버지, 정 추기경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말에 공감한다”고 했다. 시인은 두 추기경의 삶을 꽃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추기경님이 유머를 갖춘 카리스마의 장미꽃이라면 정 추기경님은 사람들에게 여유와 위로를 주는 은은한 안개꽃 같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의 큰어른들이 차례로 선종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접 조문은 못 하지만 수도원 내 동산을 돌며 묵상으로 정 추기경님을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수녀는 1990년대 중반 피아니스트인 신수정 서울대 명예교수 소개로 알게 된 배우 윤여정 씨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서울에 가면 신 교수 자택에서 식사 모임을 갖는데, 어머니가 가톨릭 신자인 윤여정에게 율리아나라는 세례명을 권하며 신앙을 가지라고 조르곤 했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뒤에는 ‘세례받으라고 당분간 안 조르겠다. 그동안 수고했고 마음껏 당당하게 즐기라’는 문자를 보냈어요. 바쁜지 아직 답은 없네요.”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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