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조원 기부…한국서 세계 최고 수준 감염병 전문병원 탄생한다

유근형기자

입력 2021-04-29 18:15 수정 2021-04-2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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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사진 동아DB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1조 원대 기부를 하면서 국립중앙의료원이 세계적 수준의 감염병 병원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회장 유족의 1조 원 기부액 중 5000억 원은 국가 감염병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에 투입된다. 당초 정부는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울 중구 미군 공병단 부지에 음압병상 100개, 전체 800병상 규모로 신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기부금이 추가 투입되면서 규모가 커지고 시설장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물을 기존 10층 설계에서 15~20층으로 높여 음압병상을 150개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등 최첨단 시설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싱가포르 ‘탄톡생병원’과 같은 세계적 감염병 전담병원을 모델로 삼고 있다. 탄톡생병원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중후군(사스) 당시 효율적 대처로 명성을 얻었다. 항공관제시스템을 응용해 환자, 의료진, 자원의 흐름을 파악하는 중앙관제센터를 구축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 7월 ‘꿈나무어린이집‘ 현판식에 참여한 고 이건희 회장. 삼성전자 제공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2003년부터 추진됐지만 각종 논란 속에 사업 진행이 더뎠다. 당초 서울 서초구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부지로 이전방안이 추진됐다 소음 문제로 무산됐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후 건립이 추진됐지만 5년 넘도록 제자리 걸음만 하다 1월 미군 공병단 부지가 최종 신축지로 확정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기부로 인해 기존 국립중앙의료원 이전과 중앙감염병병원 신설을 위한 기존 정부예산(약 6003억 원)이 줄어들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기획재정부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기존 예산이 줄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며 “건축비 등은 정부 재정으로 부담하고, 기부금은 정부 예산과 별도로 시설 고도화와 교육연구 사업 등에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 유족의 기부금 중 2000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 건립과 설비 구축,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연구 등에 쓰인다. 나머지 3000억 원은 소아암 등 14개 소아 희귀질환자 1만7000여 명 지원과 신약 치료제 인프라 구축 및 연구 등에 투입된다. 소아 관련 프로젝트는 서울대 어린이병원이 총괄한다. 정부 관계자는 “삼성 측이 삼성서울의료원이란 자사 병원이 있지만 공공부문에 기부금을 전달한 만큼, 그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세밀한 후속 실행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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