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총수 지정 피했다…공시대상기업집단 71개 역대 최대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1-04-29 17:27 수정 2021-04-29 19:02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올해 자산 5조 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역대 최대 규모인 71개로 늘어났다. 외국인의 총수(동일인) 지정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다른 외국계 기업처럼 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를 뜻하는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이에 대해 국내 기업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29일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역대 최대 규모인 71개(소속 회사 2612개)로 전년보다 7개 늘었다고 밝혔다. 쿠팡,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해상, 중앙그룹, 반도홀딩스, 대방건설, 엠디엠, 아이에스지주 등 8곳이 새로 포함됐다. KG그룹은 빠졌다.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 회사는 대규모 내부거래나 주식 현황을 신고해야 한다. 총수 일가는 사익 편취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 중 자산이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40개로 지난해보다 6개 증가했다. 이번에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늘어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주식과 부동산시장이 성장하며 기업들의 자산가치가 상승한 데다 제약·정보기술(IT) 업종이 급성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자상거래 회사인 쿠팡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비대면 소비가 크게 늘면서 이번에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됐다. 단, 동일인(그룹을 지배하는 총수)은 김 의장이 아닌 쿠팡 법인이 지정됐다. 공정위는 그간 외국계 집단에 대해 최상위 지배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김 의장 일가가 보유한 회사가 쿠팡 외엔 전혀 없기 때문에 동일인이 김 의장이든 쿠팡이든 규제 대상은 같다”고 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하지 않는 관행이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란 비판도 나온다. 쿠팡을 지배하는 미국 회사 쿠팡Inc의 의결권을 김 의장이 77%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총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장이 총수로 지정될 경우 총수 일가가 지분 30% 이상을 가진 회사(상장사 기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데 김 의장은 이번에 이런 규제의 감시망을 피하게 된 셈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의장이 실질적 지배자인데도 동일인 지정을 하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동일인 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공정위는 동일인의 정의와 요건, 변경 절차 등을 구체화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집단 지정 자료에 허위나 누락이 있으면 동일인이 형사처벌을 받는데 현재 외국인에게는 이를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 한국계 외국인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창업한 첫 사례가 나왔기 때문에 제도를 검토하고 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현대차와 효성은 창업 3세인 정의선 회장과 조현준 회장이 총수로 지정됐다. 이전 총수들이 각각 자신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모두 위임한 점이 고려됐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기아자동차의 사명을 기아로 바꿨고 조 회장은 1조4000억 원 규모의 베트남 투자를 결정하는 등 경영상 주요 결정을 내린 점도 이번 지정에 영향을 미쳤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