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만 파선 안돼”… 신사업으로 ‘코로나 터널’ 벗어난다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4-30 03:00 수정 2021-04-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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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인공지능-항공우주… 미래 혁신산업 적극 투자
사내 비대면 시스템 도입… 스마트 공장-인프라 구축
전 영역 디지털 전환 속도


게티이미지코리아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분명 시련이었지만 준비된 기업에는 기회이기도 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비대면 문화를 확산시켰고, 정보기술(IT) 바이오 등의 산업은 대폭 커졌다. 기업들은 체질 개선, 디지털 전환, 포트폴리오 재정비 등의 과제를 예상보다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도전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위기 극복 경영의 노력에 적극 나서는 한편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2월 미국의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것.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글로벌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로봇 개발 역량 향상에 힘써 자율주행차, UAM, 스마트 팩토리 등의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사업 혁신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나섰다. SK의 투자형 지주회사 SK㈜는 바이오제약, 신(新)에너지, 반도체 소재 등의 미래 신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선식품 저온유통체계 물류업체인 미국 벨스타 슈퍼프리즈에 25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물류 경쟁력 강화에도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가우스랩스’를 출범시킨 뒤 공정 관리와 수율 예측, 장비 유지보수 등 반도체 생산 공정 전반에 대한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대형 고로 생산체제에 기반을 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탄소중립 계획을 공표했다. 포스코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이나 수소환원제철 등의 혁신기술로 ‘그린스틸’을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 t 체제를 구축해 수소사업에서 30조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 제철공법 연구와 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활용 등 전 과정에 필요한 강재 개발 등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한화그룹은 항공우주 영역에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출범시킨 ‘스페이스 허브’를 통해 우주 산업 전반을 지휘할 계획이다. 스페이스 허브에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들을 앞세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만 아니라 한화시스템(통신·영상), ㈜한화(무기체계) 등의 전문 인력이 참여한다.

GS그룹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모빌리티 등의 영역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업무 공간부터 바꿨다. 비대면 사무실의 구현을 위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 협업 체계를 도입했고 전 직원들에게 태블릿PC를 지급했다. 또 화상회의 업무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2022년까지 각 계열사의 주요 시스템 가운데 80%는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효성은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효성티앤씨는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스판덱스 분야에 대한 선제적 투자를 진행한다. 터키와 브라질 스판덱스 공장에 600억 원, 400억 원씩 투자하는 증설 계획을 최근 잇따라 발표했다. 효성티앤씨는 북·남미 지역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해 글로벌 의류시장의 회복세에 적극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수소충전소 사업,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건립 등 수소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LS그룹은 전통 제조업 분야에 AI, 빅데이터, 스마트에너지 등의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계획이다. LS전선은 스마트 공장과 사물인터넷(IoT) 인프라 구축 등에 발맞춘 탄소섬유 랜(LAN) 케이블과 해킹 방지용 광케이블 등의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탄소섬유 랜 케이블은 무게가 10∼20% 이상 가볍고 유연성과 내구성은 30% 이상 향상됐다. LS일렉트릭은 청주사업장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뒤 저압기기 라인 38개 품목의 1일 생산량이 7500대에서 2만 대로 대폭 늘었다. 반면 에너지 사용량은 60% 이상 줄고 불량률도 감소했다.

LG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매출 30조 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빠르게 성장 중인 2차전지 시장에서 이 같은 성장이 가능한 것은 30여 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의 영향이다. 2500명이 넘는 R&D 인력을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년간 5조3000억 원 이상을 R&D 관련 분야에 투자해 차세대 전극 기술, ‘라미&스택’ 공법, 안전성 강화 분리막 등의 기술을 갖췄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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