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 급증에 이체 사흘 걸려… “왜 입금안됐지?” 투자자 혼란

박희창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4-29 03:00 수정 2021-04-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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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자 광풍]출금완료 문자 왔는데 새 계좌엔 ‘0’
업무처리 지연에 입금 처리 늦어져… 일부 투자자는 급행 수수료 내기도
9월 거래소 무더기 폐쇄 현실화땐 코인 옮기는 과정 등 혼란 가중 우려
정부 무대책에 거래업체가 나서 시장상황 반영 ‘탐욕-공포지수’ 공개


28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고객센터에서 한 고객이 가상화폐 가격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장중 개당 6500만 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뉴스1

얼마 전 회사원 이모 씨(45)는 이용하고 있는 중소형 가상화폐 A거래소로부터 “영업을 중단하니 보유한 비트코인을 이체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 씨는 서둘러 대형 B거래소에 새로 거래 계좌를 만든 뒤 20일 오전 9시경 이체 버튼을 눌렀다. A거래소에선 곧바로 ‘0.08367154비트코인 출금 완료’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하지만 오후 10시가 넘도록 B거래소에 코인은 들어오지 않았다.

불안해진 이 씨는 A거래소에 e메일을 보냈다. 다음 날 저녁에야 도착한 답장에는 “거래량 증가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비트코인의) 전송이 지연되고 있다. 입금 완료 시간을 안내드리기 어렵다”고 적혀 있었다.

이 씨는 하염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흘째인 23일 오전 6시가 돼서야 비트코인은 B거래소로 입금됐다. 이 씨는 “500만 원이 넘는 비트코인이 다 사라지는 줄 알았다”며 “사흘이 악몽 같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씨와 같은 경험을 한 코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대학생 이모 씨(26)도 ‘○코인’을 국내에서 해외로 옮기는 데 이틀이 걸렸다. 그는 “예전엔 한두 시간 걸렸는데 이제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8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코인 이체가 지연되는 것은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거래 자체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가상화폐 하루 거래 규모는 코스피 거래액을 뛰어넘어 30조 원에 육박할 정도다.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코인 입출금 내용을 가상화폐 시장 참가자들이 동의해 주고 이를 장부에 포함시켜야 업무 처리가 끝나는데 최근 거래량이 몰려 그 과정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가상화폐를 더 빨리 옮기기 위해 이른바 ‘급행 수수료’까지 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9월 가상화폐 거래소의 ‘무더기 폐쇄’가 현실화될 경우 이 같은 이체 지체 현상이 심화되면서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9월 24일 이후 은행 실명인증 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거래소는 영업을 할 수 없다. 현재 실명 계좌를 갖춘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네 곳뿐이다. 실명 계좌가 없는 약 200개 중소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이 네 곳으로 코인을 옮겨야 한다.

거래소 간 코인 이체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들이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것 말고는 대응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일부 거래소가 청산하는 과정에서 코인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투자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래소가 폐쇄되면 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질 텐데 수많은 투자자들의 가상화폐를 일일이 찾아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용 ‘지갑’에 가상화폐를 넣어뒀다가 거래할 때만 거래소를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4대 거래소의 시장 점유율이 95% 이상이어서 다른 거래소가 폐쇄되더라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컨트롤타워도 없이 가상화폐 문제를 방치하자 대형 거래소를 중심으로 투자 과열 부작용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는 두나무는 개별 가상화폐의 공포·탐욕지수를 산출해 공개했다. 코빗도 시장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지수 개발에 착수했다. 업비트는 1회 1억 원, 1일 5억 원으로 원화 입금 한도를 새로 만들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이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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