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스크 일상화… 위기의 학교방역

최예나 기자 ,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4-29 03:00 수정 2021-04-2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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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개학 이후 확진 학생 2200명
등교수업일수 늘며 대면접촉 증가… 교사가 턱스크 지적해도 무시 일쑤
통제 어려운 화장실은 ‘사각지대’… “감염 이 정도서 유지되는 게 기적”



‘(긴급)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학사운영 변경 안내.’

중간고사를 불과 이틀 앞둔 24일 서울 노원구의 A고교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긴급 공지를 받았다. 이 학교 교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후 휴업과 원격수업이 이어지고 중간고사는 2주 연기되면서 1학기 학사 일정이 줄줄이 꼬였다. A고 학부모는 “아이는 철없이 시험이 미뤄졌다고 좋아하더라”며 “중요한 시기에 긴장감이 풀어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학교 안팎에서도 코로나19 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자 교육당국은 다음 달 11일까지를 전국 학교·학원 집중방역기간으로 정했다. 그러나 막상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이 이 정도에서 유지되는 게 기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방역의식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사들은 “지난해보다 등교수업 일수가 늘었지만 학생들의 긴장감은 풀어졌다”며 “교사들이 쉬는 시간마다 조를 짜서 돌며 점검하지만 교사 말을 제대로 안 듣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턱스크’를 한 아이들에게 조금만 강하게 이야기해도 애들이 눈을 하얗게 뜨고 쳐다봐요. 교권 없는 시대라고 하잖아요.”(충남 한 고교 교사)

“쉬는 시간이 클럽 수준이에요. 날씨가 더워질수록 더 문제입니다.”(서울 한 고교 교사)

또 다른 문제는 화장실이다. 초중고교를 막론하고 방역수칙 통제가 가장 어려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최근에는 5, 6학년 여학생도 화장이 일종의 문화가 돼서 쉬는 시간이면 다들 마스크를 벗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다”며 “하지만 화장실까지 방역 인력을 둘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장도 “세면대에는 칸막이도 없어 불안하다”며 “화장실은 사생활이 존중돼야 할 공간이다 보니 쫓아가서 잔소리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실제 학교 구성원들의 감염은 개학 초기 대비 크게 늘었다. 3월 2∼10일에는 하루 평균 학생 확진자가 35.2명, 교직원 확진자가 2.7명이었지만 이달 15∼21일 하루 평균 학생 확진자는 52.7명, 교직원은 9.4명으로 급증했다. 신학기 개학 이후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학생 2204명, 교직원 325명에 달한다.

그러나 학교 방역을 강제할 수단은 제한적이다. 대전시는 이달 초 집단감염 역학조사 과정에서 학생 대다수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난 고교에 행정처분을 예고했지만, 결국 아무 조치도 못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학교가 학생들을 신고하기도 그렇고 학교 안에서 벌어진 일은 잘 드러나지 않아 조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벌어진 학교 내 코로나19 확산은 상당수가 학원에서 감염된 학생을 통해 전파된 게 특징이다. 28일에는 대형 입시학원인 서울 강남구 대성학원에서 2000여 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총 10명의 확진이 확인됐다.

최예나 yena@donga.com·이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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