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 중시 MZ세대 잡아라” 콘텐츠 업계도 친환경 바람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4-29 03:00 수정 2021-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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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2022년까지 ‘탄소 제로’
맹그로브-토양 복원에도 투자
국내서도 ‘아기상어’ 제작사 등 환경보호 메시지 크게 늘려


유아동용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마트스터디의 ‘핑크퐁 아기상어’ 콘텐츠(왼쪽 사진). 구글맵을 통해 바라본 미국 올랜도 디즈니리조트 내부의 미키마우스 모양 태양열 발전소. 스마트스터디, 구글맵 제공

“넷플릭스는 2022년 말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 영점화를 달성할 것입니다.”

최근 넷플릭스가 내놓은 환경보호 계획은 2022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수렴시키겠다는 프로젝트다. 지속가능경영(ESG)이 최근 기업들의 화두라지만, 우리가 보는 드라마·영화가 환경과 크게 무슨 상관인지 의문이 생길 터. 이 때문에 여느 기업들처럼 피상적인 환경보호 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밝힌 계획을 찬찬히 뜯어보면 사뭇 진지하고 구체적이다. 우선 내부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에서 시작한다.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면 대기에 탄소 유입을 막는 프로젝트에 투자해 올해 말까지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한다. 마지막 단계서는 초지, 맹그로브, 토양 복원 사업에 직접 투자해 완전한 ‘탈탄소화(decarbonize)’를 계획했다. 60여 명의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 내놓은 구상은 공허한 외침이라기보다는 꽤 실현 가능해 보이는 목표에 가깝다. 과학자 출신인 에마 스튜어트 넷플릭스 지속 가능성 책임자도 “자연은 넷플릭스가 드리는 약속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 기업들이 환경을 외치고 있다. 기업의 정체성과 환경을 엮어내려는 시도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콘텐츠 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배출되는 ‘탄소 발자국’도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 업계의 위기의식이 커지며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기후 위기에 맞서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소비하는 MZ세대를 고객층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자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은 일찌감치 탄소 발자국 줄이기에 앞장서 왔다. 1998년 창사 이래 발생한 모든 온실가스를 지난해 9월까지 모두 제거했다고 밝혔다. 10년 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에너지로 운영할 계획이다. 세계 주요 도시의 디즈니랜드를 중심으로 적극적 행보를 보인 디즈니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충에 힘쓰고 있다. 세계적 게임 기업 EA는 게임 제작 과정에서 탄소 발생을 줄이며,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와 물 사용량을 관리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콘텐츠 기업의 경우 콘텐츠 내용에 직접적인 환경 이슈를 반영하는 추세다. 주로 캠페인적 성격이 강하다. ‘핑크퐁 아기상어’를 만든 스마트스터디의 경우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비영리단체나 국영기업과 협업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유튜브 영상, 출판물, 뮤지컬 공연 등을 제작 중이다. 콘텐츠 기업의 환경보호 투자는 데이터 사용이 온실가스 배출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프랑스 비영리단체 시프트 프로젝트는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을 30분 시청하면, 자동차로 6.3km를 운전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양이 배출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를 1시간 스트리밍 하면 자동차로 400m 거리를 운전할 때와 맞먹는 탄소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팬덤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특히 콘텐츠의 주 소비층이자 잠재적 고객인 MZ세대가 중시하는 가치 소비와 맞닿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신의 가치관을 소비로 표현하는 MZ세대가 콘텐츠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콘텐츠 기업의 모습은 충성 고객 확보에 팬덤 형성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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