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칼럼]장질환 치료의 핵심은 ‘인내심’

동아일보

입력 2021-04-29 03:00 수정 2021-04-2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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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근 가수 이적의 ‘당연한 것들’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노래였다. 코로나19도 다른 전염병처럼 금방 확산세가 줄어들 줄 알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팬데믹’ 상황을 만들고 있다. 다만 백신이 빨리 개발됐으니 조만간 이러한 시련을 극복하고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필자가 진료하는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치료법이 별로 없어 환자들이 많은 고충을 겪었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화기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등을 말한다. 체내 면역체계의 교란과 유전 및 환경 요인 등으로 장에 염증이 유발된다. 만성 복통, 설사, 혈변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새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을 원천 차단하고, 점막을 치유해 환자의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 개념의 생물학적 제제와 저분자물질 제제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런 약제들은 환자의 삶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대한장연구학회 발표에 따르면 이런 치료제들이 쓰인 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입원율과 응급실 방문율, 수술 비율 등 중증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모두 낮아졌다.

다만 염증성 장질환은 평생 악화와 호전을 반복한다. 꾸준한 치료가 중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조금 좋아졌다고 해서 치료를 소홀히 하다가 장 폐쇄, 누공, 협착 등 더 큰 합병증으로 병원을 다시 찾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렇게 합병증이 발병하면 더 강력한 치료제를 사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장 절제 수술을 받아야 하기도 한다. 질환 관리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길어지는 치료에 지치고 힘든 환자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이제 염증성 장질환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치료 효과가 좋은 환자는 3, 4개월에 한 번만 병원을 찾아 필요한 검사와 약물 치료만 받아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질환 관리를 할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질환 극복 의지를 가지고, 주치의와 소통을 통해 장기적인 질환 관리 계획을 세운 뒤 꾸준히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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