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100개 언어 번역-AI가 비서 역할… ‘줌’ 맹추격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4-29 03:00 수정 2021-04-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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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원격회의-수업 수요 증가
유료화-보안이슈로 줌 주춤한 사이 국내외 대항마들 시장 공략
네이버-카카오는 편의성 강화 나서


줌(Zoom)이 장악한 화상회의 플랫폼 시장에 시스코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항마들이 차별화된 프리미엄 서비스로 도전장을 던지며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줌이 8월부터 교육용 서비스의 유료 전환을 예고했고, 온라인 강의에 불청객이 난입하는 ‘줌바밍’ 등 보안 이슈도 잇따르면서 경쟁사들이 시장 탈환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점유율이 미미했던 국내 업체들도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업용(B2B) 화상솔루션 웹엑스를 운영 중인 시스코는 다음 달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는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출시한다. 통역 시간을 줄이고 회의 1회당 평균 172달러의 통역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용자별로 회의 참여도와 집중도, 선호 근무 시간 등을 데이터로 계량화해 업무효율화 참고자료로 쓸 수 있는 ‘인사이트’ 기능도 여름부터 추가할 예정이다. 시스코코리아 관계자는 “단순 화상 연결을 넘어 하이브리드 오피스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는 재택근무자의 피로감을 줄이는 ‘웰빙’ 기능을 이달 추가했다. 인공지능(AI) 비서가 예정된 미팅 일정과 휴식 시간 등을 자동으로 확인해주는 ‘가상 통근’ ‘동료 칭찬하기’ 기능 등으로 오프라인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듯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무 스트레스 관리를 돕는 명상 콘텐츠도 올해 말 지원할 예정이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협업 툴 시장은 외산 업체들이 거의 점령한 상태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협업 툴 월간 사용자 수(MAU)는 약 593만 명인데, 이 가운데 줌이 411만 명으로 69.3%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 MS 시스코 등까지 합치면 외산 솔루션 5곳이 전체의 88%를 장악했다.

시장을 선점 당한 국내 기업들은 라인과 카카오톡 등 친숙한 메신저와 무료 서비스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일본 협업 툴 1위인 라인웍스를 네이버웍스로 리브랜딩한 네이버는 올해 화상회의 편의성을 높이고 영어 중국어 등 5개 언어 번역 기능을 탑재했다. 브라우저에서 곧바로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웨일온을 출시하며 모바일과 웹 쌍끌이 공세에 나섰다.

카카오톡 기반의 쉬운 사용을 강조한 카카오워크는 지난해 9월 출시된 지 반년 만에 14만 개 이상의 기업, 단체를 확보했다. 최근 카카오톡에서 최대 10명이 동시 참여할 수 있는 그룹 페이스톡 기능을 선보이는 등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SDS는 50만 명의 삼성 임직원이 사용하는 브리티웍스의 안정성과 줌(40분) 웹엑스(50분)보다 긴 70분의 무료 이용시간을 강조하고 있다. 화이트보드 작업 기능을 강화하며 디자이너, 개발자 협업에 특화된 ‘마림바’를 시범 서비스하며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 화상회의 플랫폼 관계자는 “화상회의 메일 메신저 각종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올인원 플랫폼들이 해커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에서 외산(시스코 웹엑스) 툴이 사용된 것도 결국 보안 때문이었다. 보안이 화상회의 대전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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