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하느님 뜻” 어머니의 온화함 남기고 떠난 정진석 추기경[청계천 옆 사진관]

홍진환기자

입력 2021-04-28 11:02:00 수정 2021-04-29 16: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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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이 활짝 웃으며 축구공을 차고 있다. 추기경은 이날 명동 성당을 방문한 서울 은평구 마리아수녀회 알로이시오 초등학교 축구선수들과 축구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이들을 격려했다. 2006.4.25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 했습니다. 27일 오후 10시 15분 90세의 일기로 생을 마치고 하느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영면한 정 추기경은 안구 적출 수술을 마친 뒤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된 투명 유리관에 안치 되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행복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를 마지막 말로 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8일 오전부터 명동성당에서는 신자와 시민들의 조문이 시작되었고 온라인에서도 고인의 넋을 기리는 애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 추기경은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1961년 사제 서품을 받았고, 1970년 6월 25일 청주교구장에 임명 되었습니다. 만 39세로 최연소 주교가 되면서 1988년부터 2012년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지냈습니다.

2006년 대한민국의 두 번째 추기경에 서임되어 2012년 은퇴 이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주교관에서 머물며 저술활동에 매진했습니다. 매년 한 권씩 책을 냈는데 총 저서는 51권, 역서는 14권을 펴냈습니다. ‘참신앙의 진리’와 ‘교회법 해설’ 개정판을 마지막으로 남기기셨습니다.

생전 아이들과 축구공을 차고, 어린이들과 함께 지렁이가 섞여 있는 분면토를 담으셨던 정 추기경은 소탈하면서 어머니의 온화한 미소를 보이셨습니다. 2012년 명동 성당에서 열린 추기경 이임식에서는 재임 기간 동안 받은 하느님의 은총과 신자들의 헌신과 기도에 감사하다면서 몇 번씩 눈물을 훔치기도 하셨습니다.

염수정 추기경은 27일 자정 명동성당에서 거행된 첫 선종미사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아버지였다면 정진석 추기경은 어머니였다”고 말씀했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따뜻하고, 우리들을 품어주시고, 교회를 위한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정 추기경의 그런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진다”고 애도했습니다.

일반신자 조문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까지 가능하고 장례미사는 5월 1일 10시에 봉헌 됩니다. 이후 고인은 장지인 경기 용인 성직자묘역에 영면하게 됩니다.

1939년 7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첫영성체를 받고 본당 문 앞에서 포즈를 취한 8세의 정진석 추기경. 한국교회사연구소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은 1970년 10월 3일 청주 내덕동 성당에서 열린 주교 수품 및 제2대 청주교구장 착좌 미사에 참석한 정 추기경 모습.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1970년에 최연소(39세)로 주교품을 받은 후 어머니 이복순(루시아) 씨와 함께한 정진석 추기경. 정 추기경의 어머니는 아들의 주교 서품 소식을 듣자 “감사,감사,감사” 세 마디를 하고는 기절했다고 한다. 제공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 천주교 제2의 추기경 탄생을 축하합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주교관 앞에서 새로 서임된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왼쪽)과 김수환 추기경이 손을 맞잡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수환 추기경(왼쪽에서 두번째)이 27일 팔순기념전집 출판기념회에서 모란디니 주한 교황대사(왼쪽),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오른쪽) 등과 함께 축하케이크의 불을 끄고 있다. 동아일보DB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일(현지시간) 한국의 염수정 대주교를 포함, 새 추기경 19명을 다음 달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염 대주교는 오는 2월22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릴 예정인 추기경 서임식에서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서임된다. 사진은 지난 2012년 서울교구장 착좌미사에서 전임 정진석 추기경(오른쪽)에게 목장을 전달받는 염수정 대주교. 뉴스1

교황 즉위 미사가 끝난 직후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정진석 추기경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정 추기경이 “훌륭한 교황님을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하자 교황은 “고맙습니다”라며 추기경을 두 팔로 반겨 안았다. 정부 사절단으로 참석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나라 순교자 125위에 대한 시복시성에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박근혜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다. 서울대교구 제공


정 추기경이 명동대성당에서 환경의 날 기념으로 열린 ‘푸르름을 만드는 잔치’ 행사에 참석해 어린이들에게 지렁이가 섞여 있는 분변토를 담아주는 모습. 가톨릭평화신문 제공

서울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난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 교정 강성삼관에 도착해 신자들과 어린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정 추기경이 교구청을 방문한 광주대교구 비아 성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주교관 앞마당에서 기념촬영 한 모습.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명동대성당에서 이임 미사 도중 정진석 추기경은 재임하는 동안 받은 하느님의 은총과 신자들의 헌신과 기도에 감사를 전하면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훈구 기자ufo@donga.com

이임식을 마친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 종로구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 교정 강성삼관에 도착해 신자들과 어린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정 추기경은 이날 자신의 삶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명동대성당을 떠났다. 추기경의 이삿짐은 미리 옮겨진 책이 대부분이었고 손수 챙긴 것은 어머니 사진, 2006년 추기경 서임 당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찍은 사진, 낡고 작은 고동색 손가방이 전부였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임 1주년 맞는 정진석 추기경. 동아일보DB

서울 중앙고 도서관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전임 교구장인 정진석 추기경의 서가가 조성됐다. 이 서가에는 정 추기경 저서 58권 등 99권을 비치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정 추기경 집무실에서 책 기증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정면 전 중앙교우회 사무총장, 김종필 중앙고 교장, 정 추기경,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허영엽 신부, 동성고 교장 조영관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서울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난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 중구 명동성당 옆 천주교 서울대교구청 집무실을 나서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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