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상속세’ 12조…1조 의료기부, 2만점 미술품 국민 품으로

김현수 기자

입력 2021-04-28 11:00:00 수정 2021-04-28 13:47:1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코로나 이기자 감염병 전문병원 세워
‘이건희 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 현대미술관 등으로


동아일보 DB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20조 원이 넘는 유산의 60%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간다. 사상 최대 12조 원 상속세와 1조 원 의료 사회공헌, 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미술품 기증을 통해서다. 특히 12조 원 상속세는 세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28일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사상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동시에 의료 공헌과 미술품 기증 등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이건희 회장은 평소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가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는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적극 전개할 것”,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하며 사회와의 ‘공존 공영’ 의지를 담아 삼성의 각종 사회공헌 사업을 주도했다.




●코로나19, 이기자…감염병 전문병원 생긴다


우선 삼성일가는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7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 중환자. 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계획이다. 2000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유족들은 또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 모네 <수련> 국민에게


이건희 컬렉션 중 이중섭의 ‘황소’


화재를 모았던 ‘이건희 컬렉션’은 국민 품에 안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사상 최대 규모로 기증될 전망이다. 재계와 미술계에 따르면 감정평가 평균액수는 2조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상 값을 매길 수 없는 컬렉션으로 경매에 나설 경우 5~10조 원 까지 평가될 수 있다는 게 미술계의 분석이다.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이 회장의 컬렉션은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 건, 2만3000여점에 달한다. 삼성일가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보216호


또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다.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국민들이 국내에서도 서양 미술의 수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하기로 했다.

이같은 대규모 미술품 국가 기증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가 삼성 일가로서도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술품 통큰 기부는 사회 인프라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끊임없이 언급해 온 고인의 뜻을 잇는 것이라고 보고 가족끼리 기증으로 합의를 한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리움미술관을 두고 국립기관에 기부하는 것은 미술품을 삼성을 떠나 국민에게 돌리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상속세 12조원 이상…세계 최고 수준


삼성일가는 상속세 납부기한인 30일을 앞두고 상속세 규모도 밝혔다. 이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상속세 납부액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올해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계획이다. 삼성일가는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족들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고인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들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이념을 실천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그동안 면면히 이어져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