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뷰]국산김치를 식탁에서 계속 만나려면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입력 2021-04-28 03:00 수정 2021-04-2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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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등 주원료 안정적 공급 위해
계약재배 확대 등 정책적 노력 필요
국산김치 제공식당 인증제 검토해야
100원 더 내고 국산김치 먹기 해보자


민족의 대표 음식인 김치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다 보니 이런저런 도전과 어려움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994년 일본 ‘기무치(キムチ)’가 김치 대신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을 뻔한 일이 있었다. 다행히 업계 및 정부의 노력으로 김치가 코덱스에 등재돼 더는 ‘기무치’ 논란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봐도 모골이 송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우리 김치를 자신들의 음식인 ‘파오차이(泡菜)’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1994년의 ‘기무치 사건’보다 더 뻔뻔하고 집요하다.

중국의 ‘김치공정’과 함께 우리 소비자들의 우려를 자아낸 사건이 바로 중국의 ‘알몸 절임 김치’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은 중국산 김치에 대한 단순 거부감을 넘어서 음식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중국산 김치를 먹지 않으려고 하니, 원산지를 속이거나 아예 물에 씻어서 국산 백김치라고 내놓은 식당들까지 적발됐다는 뉴스가 나온다.

정부는 국민적 정서를 반영하여 각별한 의지를 가지고 중국산 김치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없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하고, 수입식품 검역에서 안전성 관리 수준을 더 높이고 있다. 2018년에는 김치산업진흥 종합계획을 수립해 김치산업 전반을 육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치가 우리 식당에서 중국산에 밀리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 식탁에서 국산 김치를 보다 많이 접하려면 국산 김치의 취약한 가격 경쟁력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김치의 주원료인 배추 무 마늘 양파 파 등 5대 주요품목을 보다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종자 선택 및 개량, 재배 규모 및 방식 개선, 산지 조직 및 유통 개선 등을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 특히 배추를 비롯한 김치 원료의 수급 안정 문제가 김치업계에 매우 중요하기에 계약재배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인 물량이 적절한 가격에 확보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외식업체들이 국산 김치를 보다 많이 제공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농산물을 사용한 외식업체에 인증을 부여하고 홍보해주는 사업이나 한우 및 한돈 자조금 조직들이 우리 축산물 소비 확대를 촉진하기 위해 하는 홍보 사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공적인 기관에서 국산 김치를 제공하는 식당을 인증해 주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김치가 흔하디흔한 공짜 반찬 중의 하나로 인식되는 이상, 우리 식탁에서 국산 김치를 점점 더 접하기 어렵게 된다. 다소의 경제적 부담을 감내하더라도 우리 자존심인 국산 김치를 소비하고 지키겠다는 ‘스마트 김치 컨슈머’가 늘어나도록 홍보와 설득 작업을 소비자단체 등과 같이 진행할 필요도 있다. 매년 김장 담그기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음식 배달료로 2000∼3000원을 쉽게 부담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음식값 100원 더 내고 우리 김치를 제공하는 식당 이용하기 운동’ 같은 것을 해보면 어떨까?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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