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환치기 중국인, 서울 아파트 샀다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4-27 11:54:00 수정 2021-04-27 16: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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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이 크게 늘어나면서 투기성 거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불법 환치기나 관세포탈 등 범죄 자금을 동원한 사례도 적발되면서 이같은 우려를 더하게 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규정으로는 이를 방지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부동산 취득에 제한을 두는 등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늘어나는 외국인 부동산 취득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아파트·단독·다세대·오피스텔 등) 거래는 2만1048건으로 집계됐다. 전년(1만7763건)보다 18.5%(3285건) 증가한 수치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를 집중 매입했다. 지난해 지역별 외국인 국내 건축물 거래량을 보면 경기 8975건, 서울 4775건, 인천 2842건 등 수도권이 전체의 79%를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강남구가 39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구로(368건) 서초(312건) 영등포(306건) 종로(272건) 송파(256건)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 집값 상승세가 높은 지역들이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서는 국적별 특징까지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건축물과 토지 등) 거래량은 2만6836건, 약 11조2409억 원어치에 달했다. 이는 최근 5년 내 가장 많은 것이다.


전체 가운데 절반을 넘는 1만3788건(51.3%)은 중국인의 거래였다. 2016년 7694건에서 4년 만에 79%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차이나 머니’가 한국 부동산 쇼핑에 몰리면서 집값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 불법 자금 활용한 투기성 구매도 잇따라


이처럼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자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정부의 각종 규제로 내국인들이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국인은 아파트 거래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의 대출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해외은행을 통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데다 해외 집 소유여부, 국내 소득 등과 무관하게 대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불법 자금을 동원한 부동산 구입 사례가 확인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서울세관이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를 산 외국인 가운데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500명을 대상으로 수사한 결과, 61명이 불법 자금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불법 환치기 자금이나 관세 포탈 등 범죄 자금으로 아파트 16채를 구입(17명)했거나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아파트 39채를 매입(44명)했다. 이들이 사들인 아파트는 55채, 840억 원 규모였다.


특히 중국인 A 씨는 중국 현지에서 아버지에게서 증여받은 268만 위안을 환치기 조직을 통해 국내에 들여온 뒤 서울 영등포구의 11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환치기 조직은 중국에서 비트코인을 매입한 뒤 한국에서 이를 다시 현금화해 A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국내에서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중국인 B 씨는 지난해 2월 20억 원 상당의 마스크와 방호복을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수출금액을 3억 원으로 축소신고하고 빼돌린 자금으로 소득이 없는 배우자 이름을 앞세워 7억5000만 원짜리 구로구 아파트를 매입했다.


● 투기성 취득 막기 어렵고 관련 통계도 미비


문제는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취득을 방지할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관련 제도는 1961년 제정된 ‘외국인토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제정 당시에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사전 허가를 받게 하는 등 규제 위주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며 외환 유치가 시급했던 김대중 정부가 1998년 6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취득 관련 규제를 신고제로 바꾸면서 빗장이 풀렸다. 이후 ‘외국인토지법’은 2016년 1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부동산 거래신고법)로 통합됐다.


부동산 거래신고법에 따라 외국인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나 문화재보호구역 등 일정 구역 내의 허가 대상 토지를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규모나 목적 등에 관계없이 신고만으로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게다가 비거주외국인은 고국에 여러 채의 집이 있더라도 국내에 1채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엔 국내 다주택자에게 부과하는 과세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 또 외국인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할 때 신고를 해야 하지만 이때 고국에 집이 없다는 내용이 담긴 서류를 허위로 제출해도 당국이 확인할 길이 없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시장 교란 정도에 대한 현황 파악에 사용될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현황 데이터와 같은 기초 자료조차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0월 보고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취득 관련 쟁점과 과제’를 통해 “현재 국가통계포털에서는 외국인 토지 보유현황, 외국인 토지거래현황 및 외국인 건축물 거래현황만을 개략적으로 제공한다”며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현황을 정확하기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 선진국은 규제 강화 추세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에 대해 규제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호주는 2012년부터 이민자와 중국인의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자 국내소득이 없는 외국인의 대출을 금지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이 부동산을 취득할 때 특별취득세율 20%를 내도록 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2018년부터 신축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기존 주택에 대해서 실거주가 아닌 외국인은 매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입법조사처는 “해외에선 비거주 외국인이 구입한 주택 등에 대해 ‘빈집요금 부과’ ‘신축주택 구입 금지’ 등과 같은 규제책을 시행 중”이라며 “비거주 외국인의 투기성 주거용 부동산 취득을 규제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취득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지역별, 건축물 용도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및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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