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의료기관 탐방]첨단시설, 정밀의료, 웨어러블기기 활용 '환자 중심 토털케어' 실현

권혁일 기자

입력 2021-04-28 03:00 수정 2021-04-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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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부정맥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가 신축 중인 신관으로 확장·이전하며 외래진료실, 검사실, 심도자실을 대폭 확대했다. 규모를 두 배 이상 넓히고 검사·치료·관리에 이르는 ‘토털케어’ 시스템을 강화했다. 두 개의 영상축이 있는 최신 바이플레인 혈관조영장비도 도입했다. 시술실은 헤파필터의 크린룸 시스템으로 먼지 없는 청정시술실을 실현했다.

유철웅 심혈관센터 센터장은 “신관으로 확대 이전하면서 쾌적한 공간과 시스템 향상으로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최신 의료기술을 적극 도입해 치료 목표를 달성하고 동시에 환자들의 신체적 부담을 줄이는 등 환자 중심의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치료로 생존율 향상, 흉통클리닉

심혈관센터는 순환기내과 임도선 교수를 중심으로 유철웅 교수, 홍순준 교수, 주형준 교수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이 흉통클리닉의 진료와 시술을 담당하고 있다.

‘흉통 환자를 위한 초진 클리닉’은 환자가 내원한 당일에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고 관상동맥 조영술이 필요한 환자는 ‘심혈관 일일입원실’을 통해 당일 시술을 시행한 뒤 퇴원시키는 등 협심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급성심근경색환자가 내원했을 때는 심전도 결과를 스마트폰으로 심혈관센터 담당 의료진에게 전송해 시술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고 시간 지체 없이 응급시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의무기록전산시스템을 선진화해 급성심근경색환자의 권장 치료시간을 국내 최단시간인 60분 이내로 줄였다.


수술 없이 치료하는 판막질환, 구조심질환클리닉


순환기내과 유철웅 교수와 박성미 교수가 이끄는 구조심질환클리닉에서는 중증심장판막질환과 심장기능을 정확히 진단하고 차별화된 판막시술을 한다. 판막 협착증이나 역류증으로 인한 심부전은 약물로 치료하기 어려우며 판막 상태에 따라 판막을 교정하는 판막성형술을 해야 한다. 판막의 손상 정도가 심하다면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판막치환술을 통해 치료한다. 특히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개흉 없이 안전하게 가느다란 도관을 이용해 심장으로 접근하고 인공판막을 삽입한다.

심혈관센터는 경피적승모판막이식술(TMVI)과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을 비롯해 고위험 심장질환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를 적극 도입했다. 최근에는 국소마취 상태에서 고위험 환자의 TAVI를 성공하는 등 적응증을 확대해 더 많은 환자가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난원공 개존증 치료, 선천성심장병클리닉

순환기내과 박성미, 박재형 교수를 필두로 여러 분야의 심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천성심장병 클리닉’에서는 ‘난원공 개존증’의 진단과 치료가 이뤄진다. 태아 시기에 열려 있던 난원공이 태어난 뒤에도 닫히지 않고 성인이 되어서도 심장 내, 심방중격에 구멍이 남아 있는 난원공 개존증은 특별히 이상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난원공으로 혈전이 발생해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인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적인 경식도 초음파 검사(TEE)로 섬세한 난원공의 구조와 우좌단락 여부를 판단하며 시술은 허벅지의 대퇴정맥에서부터 가느다란 도관을 통해 심장에 접근하므로 큰 흉터가 남지 않고 2박 3일가량 입원한 뒤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최신 술기 도입해 환자 삶의 질 향상

부정맥 분야의 세계적 명의인 김영훈 교수를 비롯해 최종일, 심재민, 김윤기 교수를 중심으로 시행되는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은 이미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부정맥 치료를 위한 전극도자절제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고 가장 많은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90% 이상의 완치율로 세계 최고 수준의 치료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시술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 심장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실시하고 수면다원검사와 수면무호흡증 치료를 병행하며 재발률을 10% 이상 낮춘다. 부정맥이 심장 내벽뿐 아니라 외벽에서 발생했을 때는 심내막·심외막 혼합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알코올 주입법’도 도입해 만성 심방세동을 치료할 때 합병증과 재발률을 크게 줄였다.

최근 서맥성 부정맥 치료에서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퇴동맥을 통해 심장 내부에 이식해 흉터나 형태가 전혀 노출되지 않는 획기적인 초소형 무선인공심장박동기 이식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고려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를 포함한 소수의 의료기관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다.


맞춤형 정밀의료, 유전성 심장질환 클리닉


박성미 교수가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I) 시술 중 경식도초음파를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유전성 심장질환 클리닉’은 유전자·유전체와 빅데이터 기반의 정밀의학을 통해 부정맥 등 심장질환 발병인자를 파악하고 사전 예측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킨다.

부정맥의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의 유무를 미리 파악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상담, 즉각적인 진단과 치료로 이어지는 토털케어를 시행한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이미 질병관리본부의 ‘한국인 유전성(가족성) 부정맥 질환 임상연구 네트워크 구축’ 등 다수의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정밀의학센터를 개소해 유전체 연구 및 활용에 박차를 가하는 등 유전성 심장질환 클리닉 개설과 운영에 대한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갖추며 부정맥 치료의 미래를 조명하고 있다.


미래의학, 웨어러블 심전도기기


심전도는 심장에 흐르는 전기신호를 감지해 그래프로 나타낸 진단법으로 심장이 고르게 뛰지 않는 모든 심장질환 및 부정맥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된 것이 바로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다. 24시간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홀터심전계로 분류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등급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고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부정맥 중에서도 특히 심방세동과 같은 질병에는 이러한 웨어러블 진단장비의 활용이 매우 도움이 될 수 있다. 증상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일반 검진이나 검사로 진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한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숨겨진 심장질환 및 부정맥을 찾아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


성별의 차이까지 맞춤형 세심한 진료, 개소 앞둔 여성심장센터

심혈관센터는 남녀간 신체적 특징에 따른 심장혈관질환 차이를 인식하고 국내 유일한 여성심장센터를 열 계획이다.

심장혈관질환은 오랫동안 ‘남성의 병’으로 인식돼 왔다. 여성에게 나타나는 심장질환은 비전형적 증상이 많아 증상이 발생한 뒤 ‘1시간’이라는 ‘급성심근경색도 골든타임’을 놓치기 쉽다. 또 여성에서는 심외막관상동맥이 막히지 않더라도 협심증·심근경색의 발생이 남성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남성은 여성보다 이른 시기인 40대 전후 심혈관계 위험인자의 유병률이 높고 심각한 허혈성심장질환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박성미 순환기내과 교수는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팀과 함께 대한심장학회 산하 여성심장질환연구회를 설립하고 여성 심장질환에 관한 연구와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 유일한 여성심장센터를 개소해 남녀 환자 모두에게 차별화된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든 심장질환의 마지막 단계, 중증 심부전의 최첨단 진단과 치료


박 교수와 김미나 교수는 모든 심장질환의 동반질환이자 마지막 단계인 중증 심부전의 특수 진단과 전문적인 치료에 국내 리딩그룹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 교수는 대한심부전학회 영문국제학술지의 초대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활발한 임상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심혈관센터는 이식이 필요한 경우 흉부외과 손호성, 정재승 교수팀과 협력해 심장이식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서울 동북권에서 유일하게 심장이식을 시행하고 있으며 전담 의료진이 대상자 선정부터 수술 과정, 전후 관리에 유기적으로 협력해 적극 진료하고 있다.

심장이식팀은 2011년 첫 심장이식수술을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국내 최고령 환자(71)에게 성공적으로 심장이식수술을 마치는 등 고위험 심장이식을 성공하며 중증 심부전 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박 교수는 “올해는 고려대 순환기내과가 설립된 지 60주년이 된다”며 “60년간 이뤄온 역사와 성과를 기반으로 개인의 특성에 맞춘 심장질환의 탁월한 진단, 치료법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활동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소외계층 없이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각도의 진료를 펼칠 계획”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권혁일 기자 moragoheya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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