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보름만에…민주당 “종부세 인하 당분간 검토 안 해”

강성휘 기자

입력 2021-04-26 17:03 수정 2021-04-26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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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News1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세제 완화를 당분간 검토하지 않는다고 공식화했다. 4·7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당 안팎에서 이어진 종부세 인하 요구와 이에 대한 당내 친문(친문재인)들 거센 반발 사이 갈팡질팡하던 당이 일단 아예 논의를 접은 것이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27일로 예정된 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첫 회의와 관련해 “(특위) 논의의 핵심은 생애 첫 주택 구입 또는 신혼부부 직장인 등 무주택자에 대한 대책”이라며 “세금 관련 논의는 당분간 없다. 특위가 만들어지더라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보유세 과세 기준일(6월 1일) 이후 종부세 등 인하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불가능 할 것으로 본다”며 일축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도 이날 출근길에서 “(종부세 인하는) 자칫하면 투기세력의 뒤를 쫓아가는 듯한 모습”이라며 “원칙을 쉽게 흔들어보리면 부동산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초 여권은 재보선 결과로 표출된 성난 부동산 민심을 의식해 다양한 부동산 세금 감면 카드를 검토해왔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부세 부과 기준과 재산세 감면 기준을 각각 9억 원에서 12억 원,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하자는 주장이 이어졌고, 김병욱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여권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광재 의원도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위 1~2%로 축소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도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잘못된 시그널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부세 인하 주장을) 짚어보고 있다”고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종부세 때문에 선거에 진 것이 아니다”(진성준 의원) “부동산 관련 쓸 데 없는 이야기는 입 닥치라”(소병훈 의원) 등 강성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흔들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국 종부세 인하 논의도 선거 보름여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여기에 ‘문파’로 불리는 강성 친문 당원들은 종부세 인하를 주장한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위기를 극복하자고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가 친문 등쌀에 떠밀려 찬반 논의조차 포기한 것”이라며 “종부세 인하 요구로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면 오히려 제대로 된 토론을 통해서 반대 입장을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종부세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던 당 대표 후보들 역시 전당대회가 임박하자 권리당원 표심을 의식해 슬그머니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14일 출마 선언 당시 “종부세 부과 기준을 12억 원으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던 홍영표 의원은 23일 KBS 라디오에서 “종부세를 지금 올리는 것은 반대한다”며 말을 바꿨다. 송영길 의원 역시 “종부세는 실현되지 않은 이득에 대해 과세를 하기 때문에 커다란 부담이 된다”(25일 MBN 방송)면서도 종부세법 개정안에 대해선 “대표가 되면 신중히 검토해보겠다”(20일 TBS 라디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우 의원도 “원칙 없이 종부세 기준을 완화하면 주택 ‘영끌’이 다시 확산될 것”이라며 신중론을 이어오고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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