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뒷짐지고선 ‘네탓’ 공방…암호화폐 사태, 커지는 정치권 책임론

뉴스1

입력 2021-04-26 17:07 수정 2021-04-2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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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강원도 춘천 스카이컨벤션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2021.4.26/뉴스1 © News1

‘암호화폐’ 문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국민의힘 등 야권은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지만 정치권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6일 여야는 ‘암호화폐’ 문제에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처리 과정의 이른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습을 다시 한번 연출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지난 2013년 발의됐지만, 여야의 소극적 자세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다. 이 법은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법안 발의 8년만에 처리될 예정이다.

암호화폐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의견이다. 암호화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주목을 끈 건 지난 2017년말쯤이다. 암호화폐의 대표 격인 비트코인은 같은해 초 1코인당 100만원 남짓이었으나 1년만에 약 20배 뛴 2000만원선에 거래됐다.

이런 상황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사재기에 뛰어들었고, 거래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막대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속출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개념이 생소한 때라 정부 입장이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

이때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박상기의 난’이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는 사실상 투기 도박”이라고 정의하며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할 것이고 거래소 폐쇄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장관의 말 한마디에 암호화폐 가치는 급락했고 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이후 투기를 진정하고,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 후 3년이 흘렀지만 상황은 다르지 않다. 1비트코인당 가격이 급등, 6000만원선에 거래되면서 시장은 또다시 과열됐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책임을 떠넘길 상대방을 찾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루에 20%씩 오르내리는 자산에 함부로 뛰어드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고 투자자들을 ‘훈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1시30분 기준 국민 12만9000여명이 글에 동의했다.

민주당은 적잖은 당혹감에 휩싸인 분위기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확인된 2030 청년층의 민심 이반에 은 위원장의 암호화폐 발언이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민주당은 은 위원장을 타깃으로 삼았다. 노웅래 의원은 “가상화폐를 먹거리로 활용할 생각은 안하고 단지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기존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이며 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도 “금융당국의 수장인 은 위원장은 암호화폐는 인정할 수 없고,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할 수는 없다고 한다”며 “할 일은 하지 않고 국민을 가르치려는 전형적인 관료적 태도이자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낡은 인식”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4.26/뉴스1 © News1
야당은 정부·여당을 타깃으로 삼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은 “암호화폐 문제를 두고 정부·여당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정책은 고사하고 자산으로 인정할 것인지도 입장을 못 정했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암호화폐 거래와 보유를 불법화하고 전면 금지하는 터키나 인도보다 무능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정부의 모습”이라고 했다.

상대방을 향한 비판에 열을 올리지만 여야 모두 ‘박상기의 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점에서 정치권은 비판의 자격이 없다는 의견이다.

특히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암호화폐 과세는 본인들이 처리한 법안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2022년부터 소득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별다른 논의없이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놓고 암호화폐 문제가 커지자 남 탓 하기에 바쁜 정치권”이라며 “정부도 정치권도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에 불과하다. 누굴 탓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제서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소득세 부과를 유예하자는 주장부터 전담기구 설치, 피해자·투자자 보호 방안까지 폭넓은 의견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암호화폐 문제는 참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각 당에서 여러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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