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생리휴가 거부한 아시아나 前대표 벌금형 확정

신희철 기자

입력 2021-04-26 03:00 수정 2021-04-26 09:4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생리 증명하라’며 138회 거절 혐의
대법 ‘과도한 인권 침해’ 원심 확정


뉴스1 자료사진

승무원들이 신청한 생리휴가를 거부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아시아나항공 전 대표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수천 전 아시아나항공 대표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승무원 15명이 138차례에 걸쳐 낸 생리휴가를 받아주지 않은 혐의로 2017년 기소됐다. 근로기준법 제73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

김 전 대표 측은 생리휴가 신청이 휴일이나 비번과 인접한 날에 몰리는 등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었던 만큼 생리현상이 실제 존재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못하면 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생리휴가를 다 받아줄 경우 항공법상 일정 수의 승무원 탑승 기준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경영상의 어려움도 고려했다고 했다. 또 생리휴가를 거절당한 승무원이 같은 달에 다시 신청했을 때 이를 받아줬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생리현상 존재까지 소명하라는 것은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이고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며 2019년 10월 김 전 대표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임신, 자궁 제거 등으로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여성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여성 승무원을 채용하는 경영상 선택을 한 것이라면 그에 따른 비용과 법규의 준수에 대해서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리휴가일 선택은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에게 있고, 생리휴가를 거부한 뒤 추후 허가해 주더라도 범죄는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올해 1월 “김 전 대표가 여직원들에게 생리휴가를 부여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