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중견3사 ‘혹독한 비탈길’… 판매 부진-반도체 대란-노사갈등 3중고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4-26 03:00:00 수정 2021-04-26 04: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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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반도체 부족 직격탄… 조업 재개하지만 절반만 가동
르노삼성, 생산물량 확보 못해… 임단협 갈등까지 길어져 진통
법정관리 쌍용차, 정상화 먼길


국내 완성차업계의 중견 3사인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가 경영 부진으로 혹독한 봄을 보내고 있다. 수년간 차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 더해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어려움이 배가됐다. 해외 다른 공장보다 떨어지는 생산성에 대한 모회사의 싸늘한 시각 등도 여전하다.

중견 자동차 3사가 책임지고 있는 국내 고용, 투자 등이 결코 작지 않지만 돌파구 모색은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현재 3사 중 정상적으로 생산을 이어가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한국GM은 반도체 부족으로 19∼23일 중단됐던 인천 부평공장 조업을 26일부터 재개하지만 전체 생산능력의 절반만 운영한다.


르노삼성차는 차량 판매 부진으로 지난달부터 공장 가동을 절반만 하고 있다. 23일에는 부분파업으로 하루 생산량이 여기서 반이 더 줄어 200여 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12년 만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는 존속과 청산 여부를 놓고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3사 경영 부진은 해외 모기업에 의존한 경영 구조가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올 1분기(1∼3월) 미국에서 판매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30.2%(6만6643대)가 한국GM 수출 물량일 정도로 차가 잘 팔리는데도 반도체 부족으로 2월부터 감산에 들어가 애가 타고 있다. 지난해까지 6년간 이어진 3조4000억 원의 누적 적자를 줄이려던 계획도 불투명해졌다. 최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미국 본사를 찾아 반도체 확보에 나섰지만 긍정적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1분기 이후 모기업 르노닛산자동차그룹에서 생산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닛산 ‘로그’를 위탁 생산하며 일본 닛산 본사와 미국 법인(닛산 노스아메리카)에서 2019년 1조3660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지난해 계약이 끝나면서 이 매출이 1056억 원으로 92% 감소했다.

르노삼성차는 여기에 국내 완성차 5사 중 유일하게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체결하지 못하며 노사 갈등도 장기화하고 있다. 노조는 순환휴업자 복직, 직영 사업소 구조조정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하며 임직원 감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르노 경영진을 만나 국내에서의 지속적인 경영 활동을 당부했지만, 르노 측은 “르노삼성차가 생산성과 제조원가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신규 물량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쌍용차는 모기업(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의 경영 포기 선언으로 12년 만에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협력업체 부품 공급 거부, 반도체 부족 등 악순환이 이어지며 23일까지 경기 평택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향후 정상 가동 여부도 불투명하다. 법원 결정에 따라 외부 평가기관이 6월 10일까지 쌍용차 회생 가능성을 판단할 예정인 가운데 쌍용차는 임원 30%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조직 규모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모회사에서 안정적인 생산물량 배정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선 안정적 노사 관계와 생산 효율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3사의 지속가능한 생존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반에 위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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