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등 진출 국내기업 301개, 가장 부담 느끼고 있는 문제는?

곽도영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4-25 19:46 수정 2021-04-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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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원단 공장들이 문을 닫아 피해가 컸는데, 이제 또 미중 갈등 영향이 걱정이다.”

국내 섬유업계의 수출, 수입 물량을 통틀어 교역량 1위 국가는 중국이다. 대부분 국내 중소기업들은 중국산 원자재인 실과 직물로 중국 현지나 국내에서 완제품을 만든 뒤 내수용으로 소화하거나 미국 등으로 수출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생산 현장이 셧다운돼 단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며 또다시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시그널이 이어지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의 관세가 오르거나 판로가 끊길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의류 및 신발 수입국이다. 2018년 니트류 기준 전 세계 물량의 19%를 구매했다.

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베트남 등 제3국으로 소재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 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중국 현지에 공장이 있는 업체들은 탈출 전략을 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깊어지는 미중 갈등 우려에 한국 기업이 기로에 서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배터리 등에만 그치는 일이 아니다. 기업별 수출입 전략에 미중 갈등이 악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는 산업계 곳곳에 뻗치고 있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30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신(新) 통상환경 변화 속 우리기업의 대응상황과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0.9%가 통상 이슈들 중 ‘미중갈등’에 가장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기업 42.5%는 통상환경 변화로 인해 경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러한 변화의 대응에 대해서 기업의 86%는 ‘대응방안이 없다’고 답했다. ‘대응방안이 있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기업들이 당면한 통상환경 변화가 단순히 경영 전략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사안이란 의미다.

미국과 중국 진출 기업으로 좁혔을 때 미중갈등에 대한 우려는 더욱 뚜렷해졌다. 미국에 있는 국내 기업들은 ‘원산지 기준 강화(24.3%)’와 ‘비관세장벽 강화(22.2%)’를 가장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미국의 대(對) 중국 강경기조 확대(41.7%)’를 가장 큰 부담으로 꼽았다.

실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산업 안보 정책은 대중(對中) 견제와 보호무역주의, 자국 중심주의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 지난달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용 부품 수출 금지 품목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한 데 이어 이달 초 중국 슈퍼컴퓨팅 기업 등 7곳을 블랙리스트에 새로 추가했다. 6월 중엔 대중 반도체 제재안 발표를 앞두고 있다.

각국의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무역협회 수입규제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한국에 대한 수입 규제가 5건 추가돼 총 26개국 212건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 27건, 중국 1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주요국별 세금 책정 시스템을 개혁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달 들어 글로벌 법인세율의 하한을 통일하자는 제안과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를 매출 발생국 기준으로 납부하자는 제안을 잇달아 내놓았다. 자국 기업의 해외 이탈을 막는 한편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 대한 디지털세 차별을 없애겠다는 의지다. 한 민간기업 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재정 지출이 많았던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세금 체계 개혁, 자국 산업 우선주의를 통해 기업들로부터 세수를 더 많이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며 “미중 갈등 양상과 함께 이러한 주요국 통상 정책 변화가 국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산업계는 정부가 양자·다자 무역협정 확대를 통해 ‘숨통을 틔워주길’ 고대하고 있다. 앞서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에 가장 기대하는 통상정책은 ‘FTA 등 양자협력 확대(40%)’로 나타났다. ‘다자무역협정 참여 확대’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10.6%에 달해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이 정부가 양자 및 다자무역협정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곽도영기자 now@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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