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CEO, 제재 길 열렸다…“안 걸릴 사람 어딨나”

뉴시스

입력 2021-04-23 06:35:00 수정 2021-04-23 06:37:49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금융사지배구조법 '내부통제 미흡' 이유
복합점포, 매트릭스 조직 운영 등 배경
"다른 CEO도 제재 대상 아니란 법 없어"
"명확성 원칙과 거리…사실상 결과 책임"



라임 사태로 현직 최고경영자(CEO) 2명이 동시에 제재 대상에 오른 신한금융이 경징계로 한시름 덜게 됐다. 최악의 경우 중징계까지 예상한 신한 입장에서는 감경받아 다행이지만, 징계 수위를 떠나 금융지주 회장을 제재할 명분이 생겼다는 점에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주의적 경고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주의를 의결했다. 사후 구제 노력을 인정받아 사전통보한 것보다는 한 단계 낮아진 수위다.

기관 과태료 제재는 금융위원회 판단을 받아야 하지만, CEO 징계는 문책경고 이하이라 금융위에 가지 않고 금감원에서 최종 확정된다. 전결권자인 윤석헌 금감원장이 조만간 제재심 결론을 보고받고 결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들이 소송을 준비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제재 근거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있었던 지배구조법 위반(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이 적용돼서다. 관련해서 중징계가 확정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은 현재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특히 경징계라고 하더라도 조 회장이 금감원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지배구조법 위반으로 지주 CEO를 제재하는 선례로 남는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은행장 시절 일로 제재를 받았지만 조 회장의 경우 주요 자회사인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자 책임이다.

앞서 금감원은 신한은행 분쟁조정에서 본점 차원의 투자자보호 소홀 책임을 지적했다.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내부통제 미흡 잘못이 있다는 판단이다. 복합점포(PWM)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인데, 일반 영업점에서 판매하고 서류상으로는 PWM지점에서 가입한 것으로 처리한 점도 언급됐다.

금감원의 이번 제재는 금융지주가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여당과 진보 성향 시민단체 시각도 비슷하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금융지주회사 책임 강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최근 금융지주회사는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으로 사업다각화와 그룹내 연계영업을 확대하는 추세”라며 “반면 내부통제는 개별 자회사 단위로 수행하면서 그룹 내 내부통제 사각지대, 지주회사의 그룹 책임경영 소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매트릭스 조직 문제도 있다. 매트릭스 조직은 투자은행(IB)이나 자산관리(WM) 부문장 등을 두고 주요 사업부문을 총괄 관리하는 체계를 말한다. 신한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지주 임원과 자회사 직책을 겸임하는 구조로 운영해왔다.

문제는 마음만 먹으면 다른 지주한테도 이번과 같은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점이다. 복합점포는 은행과 증권을 한 영업점에서 소화하는 형식인데, 주요 지주들이 자회사간 시너지 목적으로 이런 점포를 활성화하고 있다.

제재심 위원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법조인에게는 명확한 법률 근거가 중요하다”면서도 “제재심을 진행하다 보면 입법 문제가 분명하게 해결되지 않더라도 대의를 위해 일단 하나로 뜻을 모아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정해질 때가 있다”고 언급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작심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초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번 징계는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 입장인 명확성 원칙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보인다”며 “대표이사를 감독자로 징계하는 사례는 모든 임직원 행위를 감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결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강하게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로 소비자들의 권익이 신장되고 금융사들에게 소비자보호 경각심이 생긴 건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이번 징계를 보면 다른 지주 회장들도 제재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평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CEO들이 금감원에 총출동하는 상황인데 무리하게 일정을 잡다보니 대기만 하다가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던 걸로 안다”며 “은행원은 절대로 고객한테 이렇게 못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재 대상만이 아니고 수행하는 인력까지 꽤 많은 인원인데 그 시간에 본업에 집중한다고 생각해봐라. 훨씬 생산성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제재가 계속되고 소송으로 이어지니 끝이 안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