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릉골프장 터 아파트, 절반 줄어들듯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4-23 03:00 수정 2021-04-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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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4대책때 최대 공급지역
노원구, 고밀 개발 반대 여론에
“공급 규모 축소” 국토부에 요청
내년 대선 등 의식 일방 추진 힘들어




지난해 8·4 수도권 주택공급대책 발표 당시 최대 공급지역으로 꼽혔던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터에 짓는 아파트 가구 수를 당초 계획의 절반으로 줄이는 방안을 정부와 노원구가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고밀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 여론을 의식해 공급 규모 축소를 국토교통부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는 21일 ‘태릉골프장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다면 1만 채가 아닌 5000채 이하로 인구 밀집도를 최대한 낮추라고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지역 주민들에게 보냈다.

8·4대책 때만 해도 태릉골프장은 수도권 내 신규 택지 18곳 중 가장 많은 주택 공급이 가능한 부지로 서울의 공급난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노원구는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를 앞두고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릉골프장은 국방부가 소유한 부지인 데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모든 인허가권을 국토부가 쥐고 있다. 서울시나 구가 반대하더라도 사업 추진이 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노원구는 태릉골프장 개발에 반대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국토부와 협의를 통해 개발 밀도를 최대한 낮추는 데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에 발표한 태릉골프장 부지(83만 m²)에 인접한 전파연구소와 삼육대 소유 부지(약 12만 m²)를 추가해 개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 부지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뤘다”면서도 “주택 수를 조율하는 방안은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태릉골프장 공급 규모를 줄이더라도 대체 공급 방안을 마련해 공급계획에는 차질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대체 공급 방안으로는 태릉골프장과 맞닿아 있는 경기 구리갈매지구에 주택을 더 짓거나, 인근 지역을 공공 주도로 개발할 때 용적률을 높여 주택 수를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정부가 부딪치는 상황에서 공급이 예정대로 이뤄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약한 서울 도심 행복주택도 주민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며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어 태릉골프장뿐만 아니라 용산 캠프킴 등 다른 신규 택지 공급도 주민 반대로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공시가격, 재건축 규제 등 부동산 이슈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균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원구 관계자는 이날 “국토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건의했다”고도 밝혔다. 이에 앞서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이달 13일 서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 24명 중 처음으로 중앙정부에 재건축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지자체장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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