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쇼핑에서 착한 연결로…‘나만의 물건’ 원하는 MZ세대 공략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4-21 16:34:00 수정 2021-04-21 16: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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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람 아이디어스(회사명 백패커) COO·CPO(최고운영책임자 겸 최고제품책임자)는 수공예 작가와 고객이 일대일 소통을 하며 만들어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같은 이커머스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아이디어스 사무실에는 수작업과 연결을 뜻하는 ‘실’로 형상화한 작품이 많이 걸려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아이디어스(IDUS·회사명 백패커)’에서는 판매자를 ‘작가’, 상품을 ‘작품’으로 부른다. 전국 2만4000여명의 작가들이 손수 만든 각종 공예품부터 식품, 화장품, 직접 키운 농축수산물에 이르기까지 33만개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가격과 속도로 평가받는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과 달리 ‘나만의 물건’을 구하는데 기다림도 기꺼이 감수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지지를 받으며 월간 활성 사용자(MAU) 500만 명, 거래액은 해마다 2배씩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아이디어스에 합류한 정보람 전 쿠팡 대표(43)도 이런 역주행에 끌렸다. 쿠팡에서 간편 결제(쿠팡 페이)를 구축하며 ‘빠르고 쉬운 쇼핑’을 정답으로 여겼던 그에게 최저가와 당일배송 없이도 고객을 부르는 아이디어스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침 사업 고도화 적임자를 찾던 아이디어스는 정 전 대표에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맡겼다.


6일 서울 서초구 아이디어스 사무실에서 만난 정 COO는 “쿠팡과 아이디어스가 주는 만족감이 전혀 다르다. 쿠팡이 ‘편리함’이라면 아이디어스는 ‘특별함’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아이디어스는 미국에서 “아마존에 없는 걸 판다”는 수식어가 붙으며 5대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급성장한 수공예 쇼핑몰 ‘엣시’와 비견되고 있다. 정 COO 노트북을 덮은 수제 원목 커버와 딸과 함께 제작키트로 만든 가죽 가방도 아이디어스를 통해 구한 것들이었다.


“생필품은 다른 마켓에서 사더라도 생일이나 기념일 같이 특별한 날 선물은 아이디어스를 찾게 되죠. 쿠팡이 고객의 시간을 아껴주는데 특화된 서비스라면 아이디어스는 취향이 같은 작가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잘 몰랐던 차이들로 시행착오도 겪었다. 작품 후기를 보고 구매로 전환하는 비중을 늘리기 위해 과거에 어떤 물건을 샀는지 구매 이력을 보여줬는데 예상과 달리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정 COO는 “필요가 아닌 발견을 위해 움직이는 고객 특성을 반영해 서비스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개편한 ‘작가 홈’도 고객의 구경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연결을 넛지(자연스럽게 유도) 해주는 기능이다. 아이디어스에서는 고객들이 작가들과 직접 일대일 메시지로 사이즈 문의, 디자인 수정 등을 소통한다. 좋아하는 작가를 팔로우하면 신제품 사연이나 세일 정보 등 스토리를 받을 수 있다. 자녀 결혼식 참석으로 배송 지연 양해를 구하면 생면부지의 고객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는 등 ‘팬카페’ 같은 소통도 일어나고 있다.

“아토피 앓는 자녀를 위해 동의보감에 나오는 산야초로 만든 화장품이나 쉬는 시간 반려동물 용품을 만드는 연예인 등 작품 사연을 앞세워 작가의 SNS처럼 배치했더니 고객이 맺는 팔로우 숫자가 16% 늘더라구요.”

정 COO는 정해진 단계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워터폴(폭포수)’ 방식 대신 2주마다 데이터 검증을 통해 아이디어 도입을 결정하는 ‘애자일’ 조직 문화를 수혈했다. 새로운 시도에 고객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데이터로 보여주는 AB테스트를 활성화해 직원들이 프로젝트를 재미있게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50명인 개발자도 연내 100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 정 COO는 “유니크한 핸드메이드 작품들과 개성 강한 고객 취향의 연결을 잘 풀어내면 가장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 COO는 아이디어스 작가와 고객들이 벌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도 주목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입점하기 어려운 작가들이 판로를 찾아 연간 10억 매출을 넘기도 하고,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나 주부, 퇴직자들이 경험과 솜씨를 나누며 제2의 인생을 사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과 기능을 더하는 것) 등 친환경 작품들이 고객들에게 잘 노출되도록 기획전을 만들고, 청년 공예가들에게 공유 공방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착한 연결’ 지원에도 신경쓰고 있어요.”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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