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문턱 못넘겠다”…중소 암호화폐 거래소, 잇단 ‘셀프퇴출’

뉴스1

입력 2021-04-21 14:56:00 수정 2021-04-21 22: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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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3월25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국내 중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 잇따라 폐업 절차를 받고 있다.

◇중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잇따라 ‘서비스 종료’ 예고

21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데이빗은 공지사항을 통해 오는 6월1일자로 거래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0월 체인파트너스 자회사로 문을 연 데이빗은 특금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규제 환경의 변화로 더 이상의 정상적인 거래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고 판단, 거래사이트 운영을 순차적으로 종료하기로 했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사 코인플러그가 운영하는 CPDAX도 지난 5일 공지사항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 종료를 예고했다. 지난해 11월30일 암호화폐 거래·입금 서비스를 중단한 CPDAX는 오는 8월31일 오후 3시부터 암호화폐 보관·출금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사실상 거래사이트 운영을 종료한다는 의미다.

CPDAX 측은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변화에 따른 결정”이라며 “이용자들이 자신의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으로 출금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코인플러그는 암호화폐 거래사업(CPDAX) 보다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업(메타디움)에 주력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특금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면서 향후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계속 영위할 여력이 없는 중소 거래사이트를 중심으로 서비스 종료 릴레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금법 개정안’이 뭐길래

특금법 개정안은 암호화폐를 매수·매도·교환·보관·중개하는 사업자(가상자산 사업자, VASP)를 규제하는 법이다. 불법적인 암호화폐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특금법 개정안의 주된 목적이다. ‘빗썸’, ‘업비트’처럼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는 사업자가 주요 대상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춘 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관련 사업자들은 고객확인·의심거래보고 등 금융기관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진다.

특금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는 Δ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Δ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개설(단 암호화폐와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는 사업자는 예외) Δ대표자 및 임원의 자격요건 구비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요건을 갖춘 사업자는 오는 9월24일까지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미신고 영업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자산 보호 위해 투자자 스스로 움직여야”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데이빗’, 서비스 종료 예정 공지 (데이빗 홈페이지 갈무리)
특금법 개정안은 ‘무법지대’에 놓인 암호화폐 거래산업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첫 관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보안 등의 측면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중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 연쇄적으로 ‘묻지마 폐업’을 하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중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의 잇따른 폐업 예고가 투자자에게 당장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전망이다. 실제 ‘CPDAX’와 ‘데이빗’ 모두 사업 종료를 예고하며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용자(투자자)들이 보유한 자산을 다른 우량 거래사이트로 옮기거나 원화로 출금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업계 종사자는 “소수 거래사이트가 자금난을 호소하며 투자자를 상대로 출금을 막는다거나 돌연 고객센터를 폐쇄하는 사례가 있어 모든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 오명을 쓰고 있다”며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대책 없이 문을 닫는 거래사이트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 100여개의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 난립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제 운영되는 거래사이트는 55개 안팎으로 추정되며, 이 중에서도 실제 거래사이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15개 남짓”이라며 “이용자 스스로 자산 보호를 위해 안전한 거래사이트로 기존 보유 자산을 옮겨두는 등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역시 “일부 기존 사업자의 경우 신고하지 않고 폐업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와 관련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투자자는) 기존 사업자의 신고 상황, 사업 지속 여부 등을 최대한 확인하고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를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모든 중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가 폐업을 결정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 은행이 발급해줘야 하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없이도 암호화폐 거래사업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금법 감독규정 개정안에선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확보 의무의 예외사유로 ‘가상자산과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규정하고 있다. 실명확인 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거래사이트가 현금과 암호화폐간의 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건 사실이지만 암호화폐끼리의 거래는 여전히 이어갈 수 있단 뜻이다.

이 경우 다른 거래사이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오는 9월 이후에도 실명계좌 확보를 위한 시도를 계속할 수 있다. 중소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원화 입금이 아니라 암호화폐로 입출금을 할 수 있어서 암호화폐 간 거래(C2C) 영업은 가능하다”며 “이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추구할 거래사이트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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