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향한 쓴소리… 함께 이겨내자는 애정입니다”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4-21 03:00 수정 2021-04-21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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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로…’ 펴낸 배우 김윤후
생활고로 힘겨운 공연계 모습 묘사
유튜브 운영하는 배우 전병준
“너무 간절하면 안돼” 적나라한 조언


2015년 뮤지컬 ‘미추홀에서 온 남자’에서 ‘온조’ 역할을 맡아 무대에 오른 배우 김윤후(위)의 모습. 김윤후 제공

무대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쓴소리로 대학로를 때린다. 원래 고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더 팍팍해진 공연계를 향해 전·현직 배우들이 책과 유튜브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배우 김윤후(34)와 전병준(33).

이들이 털어놓는 이야기엔 배우로서 겪은 부당하고 억울한 일도 많다. 하지만 억울함과 보상을 논하기보다는 동료, 선후배들이 기쁘고 떳떳하게 무대에 오를 날을 꿈꾼다.

12년 차 대학로 연극·뮤지컬 배우인 김윤후는 ‘나는 대학로 배우입니다’를 펴냈다. 그는 연극 ‘작업의 정석’ ‘루나틱’ 등에 출연했다. 최근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운 좋게도 10년 넘게 무대에 섰다. 대학로 임대료가 오르며 제작자도 힘겨워하는 걸 봤다. 코로나19까지 겹치자 배우 임금은 더 줄었고, 설 무대도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주중 무대에도 오르던 그는 요즘엔 연극 ‘연애하기 좋은 날’의 금·토·일 공연에만 출연한다. 그 외 시간엔 배달이나 다른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 “제 경험담으로 대학로가 다시 조명받고, 부활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책에는 제작자가 두 달간 연습을 시키고는 공연이 갑자기 취소됐다며 연습 수당도 지불하지 않은 사례가 나온다. 배우들이 제작자의 집 앞에 찾아가 울며 사정했지만 돌아온 답은 “어쩔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수년간 동고동락하다 다단계 영업사원이 되거나 유흥업소로 떠나는 동료 배우들의 모습도 그려졌다. 그는 “임금 미지급, 공연 취소 통보, 캐스팅 변경, 생활고로 숱한 동료들이 무대를 떠났다”며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뀌진 않아도 불공정한 관행에 상처받아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삼총사’를 비롯해 여러 뮤지컬 무대에 오르던 전병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병준의 Our Records 아워 레코즈’에서 애정 어린 쓴소리를 전한다. 그는 현재 배우 활동은 중단한 채 공연계와 한 발짝 거리를 두고 있다. 유튜버이자 가수로 활동하며, 뮤지컬 넘버 커버 영상도 올린다.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에서는 임금이 미지급되면 배우들이 전부 공연을 보이콧하거나 제작사 관계자를 추방할 정도로 큰 일로 여기지만 한국에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배우의 힘이 약하고, 제작자가 너무 쉽게 작품을 만들어 손익분기점만 넘기려 하는 관행 때문이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공개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감독이나 제작자가 교수로 있는 학교 학생들을 캐스팅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전병준 배우는 최근 공개한 영상에서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이 절박하게 매달려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유튜브 ‘전병준의 Our Records 아워 레코즈’ 화면 캡처
그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들에게도 애정 어린 조언을 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너무 간절하면 안 된다. 무대가 간절한 배우들은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화려해 보이고 돈을 잘 벌 것 같은 겉모습에만 빠져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배우의 목소리는 공연계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다. 극소수의 톱 배우를 빼고는 연출자, 제작자에게 선택받아야만 하는 배우들의 특성상 비판은 캐스팅 과정에서 보복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 익명으로 목소리를 내더라도 ‘판이 좁아’ 금세 색출당하는 일도 많다.

김 배우는 “경험담을 ‘순한 맛’으로 표현했는데도 동료들은 ‘이렇게 적나라해도 괜찮겠냐’며 걱정했다”며 “시련을 안 겪는 게 제일 좋겠지만 이왕이면 꿈을 포기하지 말고 함께 시련을 이겨내자는 취지”라고 했다. 전 배우는 “돈 문제와 인맥으로 얼룩진 대학로가 바뀌길 바란다”고 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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