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30 ‘코린이’ 석달새 158만명 급증… 재택 수업중에도 코인창만 들여다봐

김자현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4-21 03:00:00 수정 2021-04-21 05:39:0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가상화폐 투자 열풍]청년들, 위태로운 ‘영끌 베팅’


“이름이 예쁠 것, 가격이 1000원 아래일 것, 하루 20% 이상 오른 적이 없을 것….”

대학교 3학년생인 이모 씨(25)가 소개한 가상화폐 투자법이다. 올해 초 100만 원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이 씨는 400%의 수익률을 맛본 뒤 ‘코인 세계’에 빠져 살고 있다. 집에서 비대면 강의를 들으면서 하루 종일 가상화폐 관련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들여다보고 코인을 사고판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것도 포기했다.

“처음엔 왜 가상화폐 가격이 오르는지 공부했어요. 그런데 이유를 찾는 사이 가격이 더 뛰더라고요. 투자 분석할 시간에,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가상화폐 거래를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게 이득입니다.”


3년 만에 ‘코인 광풍’이 다시 불면서 불나방처럼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2030세대가 급증하는 실태가 통계로 확인됐다. 취업난, 생활고, 사회적 고립의 3중고(苦)에 시달리며 ‘코로나 3고 세대’로 전락한 청년층이 가상화폐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20, 30대 코린이 158만 명 “한 방 노린다”


20일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이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가상화폐 거래를 한 번 이상이라도 한 20, 30대는 233만5977명(중복 포함)이었다.

이 중 1분기에 계좌를 개설하고 투자를 시작한 20대(81만6039명)와 30대(76만8775명)는 158만4814명이었다. 20, 30대 가상화폐 투자자 10명 중 7명이 올 들어 투자에 뛰어든 ‘코린이’(코인+어린이)인 것이다. 코린이 비중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성인이 된 10대 투자자(만 19세)는 97.0%(3만6326명)가 신규 투자자였다. 이어 20대(73.8%), 30대(62.5%) 순으로 코린이가 많았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모 씨(19)도 3월 생일이 지나자마자 가상화폐 거래소에 계좌를 만들었다. 가상화폐로 돈을 번 선배나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도 씀씀이가 커진 게 부러웠기 때문이다. 60만 원을 투자해 2배로 불린 김 씨는 가족들 돈을 빌리거나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가상화폐 시장은 가격 제한폭이 없고 365일 운영된다. 적은 돈으로도 일확천금을 꿈꾸는 불나방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좋은 구조다. 일례로 세타퓨엘, 쎄타토큰, 앵커 같은 가상화폐는 최근 1년 수익률이 1만∼1만7000%에 이른다. 다들 가상화폐로 돈을 버는데 나만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도 청년들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투자 과열 분위기에 1분기 4대 거래소의 거래 규모(1486조2770억 원)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357조3449억 원)의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1분기 코스피 거래액(1206조2137억 원)도 앞질렀다.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두는 예치금도 지난해 말 1조7537억 원에서 3월 말 6조4864억 원으로 급증했다.


○ 30분 만에 1075배로 폭등, 한 달에 125번 거래
하지만 시장 곳곳에선 이상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20일 빗썸에 상장한 ‘아로와나토큰’은 오후 2시 반 50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후 3시경 5만3800원으로 치솟았다. 불과 30분 만에 10만7500% 폭등한 것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당일 급등하는 가상화폐가 있지만 10만 %라는 상승률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미국 프로그래머들이 비트코인 급등을 풍자하기 위해 장난처럼 만든 ‘도지코인’은 최근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투자할 거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일주일 새 300% 넘게 급등했다. 가상화폐 대표 주자인 비트코인도 이달 13일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서 8000만 원을 돌파했다가 14% 넘게 급락한 상태다.

가상화폐 가격 변동 폭이 이처럼 크다 보니 단타로 매매하는 투기 성향도 심해지고 있다. 1분기 4대 거래소의 투자자 1인당 월평균 거래횟수는 125.8회였다. 주말, 공휴일 가리지 않고 하루 4차례 이상 가상화폐를 사고판 셈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주식 투자자 1인당 월평균 거래횟수가 25.8회인 것과 비교하면 가상화폐 투자자의 초단타 성향이 5배 수준으로 높았다.

2월 초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이모 씨(20·여)가 갈아탄 가상화폐도 한 달 새 20개가 넘는다. 이 씨는 원룸 보증금으로 마련해둔 300만 원으로 부모님 몰래 투자했지만 수익은커녕 원금을 100만 원이나 까먹었다. 원룸 입주 시기가 다가오자 그는 하루 12시간씩 단타 매매를 하고 있다.

황수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생 자산시장은 태생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산을 사고파는 건 도박에 가깝다. 투자 광풍 뒤엔 버블 붕괴 가능성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동전, 지폐 같은 실물 없이 사이버상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일종.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정부, 중앙은행에서 거래를 관리하지 않고 가치나 지급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20일 현재 국내외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도지코인, 에이다 등 9300여 개가 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이상환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