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성들 ‘줌’ 바람 탄 성형… “화면속 내 얼굴 더 젊어보이게”

오승준 기자 , 조응형 기자

입력 2021-04-21 03:00 수정 2021-04-21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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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여파로 늘어난 화상회의
눈 처지고 주름 진 얼굴에 ‘화들짝’… 재택근무 활용 병원 찾는이 늘어
해외 관광객 매출 끊긴 성형업계… 중년남성들이 ‘새로운 큰손’으로
“꼰대 아닌 소통 이미지 연출”… 중장년리더 ‘생존전략’ 성형도



“내 눈이 언제부터 이렇게 처져 있었지….”

서울의 한 대학 교수인 A 씨(60)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뒤 비대면 화상수업을 진행하다가 흠칫 놀랐다. 줌(ZOOM) 화면에 비친 자기 얼굴이 너무 낯설고 늙수그레해 보였다. 탄력을 잃은 왼쪽 눈꺼풀과 축 처진 눈 밑 주름이 특히 신경 쓰였다.

A 교수는 고민 끝에 올해 개강을 앞두고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렸다. 처진 눈꺼풀을 끌어올리는 등 수술을 받았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A 교수는 “평소 책 읽을 때 처진 눈을 치켜떠 눈물이 자주 났는데 그 증상도 나아졌다”고 말했다.

‘아저씨’ 혹은 ‘아재’라 불리는 중장년 남성에게 성형수술은 남의 얘기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성형업계에서 40대 이상 남성들은 “성형업계의 떠오르는 큰손”(B성형외과 원장)이라 불릴 정도로 위상이 바뀌었다.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 성형외과 7곳에 문의했더니 모든 병원에서 “코로나19로 발길이 끊긴 해외 성형 관광객 대신 중년 남성들이 중요한 고객층이 되고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C성형외과에 따르면 남성 성형 고객 가운데 40대 이상의 비율이 2017년만 해도 28%에 그쳤지만 지난해 59%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요즘 중년 남성들은 코로나19로 화상회의가 크게 늘어난 뒤 자신의 얼굴을 ‘마주하고’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한 기업의 부장인 이모 씨(52)도 지난해 재택근무를 하다가 성형수술을 결심했다. 거울을 볼 땐 잘 몰랐던 ‘세월의 흔적’이 컴퓨터 화면엔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씨는 “화상회의만 하면 ‘피곤해 보인다’고 해 큰 스트레스였다”며 “1개월 정도 재택근무였는데 그 시간이면 부기도 다 빠진다고 해 결심했다”고 말했다.

레알성형외과의 한상훈 원장은 “화상카메라에는 평소 거울로 볼 때와 다른 각도로 얼굴이 비쳐 노화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코로나 때문에 외국 사는 손자와 화상통화를 하다가 손자 권유로 찾아온 어르신도 있다”고 전했다.

사회생활을 위한 ‘생존 전략’으로 성형을 택하기도 한다. 대기업 부장 김모 씨(49)는 “임원 승진을 앞두고 최근 눈매 교정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형업계에서 눈매 교정은 회사 등의 간부급 남성이 많이 찾고 있어 ‘CEO 성형’이라 불리기도 한다.

“원래 좀 고집스러운 인상이란 평을 들었어요. 계속 맘에 걸렸는데, 또렷하고 선한 이미지로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코로나19로 팀 회의는 물론이고 간부회의도 화상으로 많이 해 더 신경 쓰였어요.”

중장년 남성의 성형수술 붐은 성형업계에 뜻밖의 매출 성장을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업종별 카드 매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이비인후과나 소아과 등 대다수 병원의 연간 매출이 감소했지만, 성형외과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남성의 화장 등 외모 가꾸기를 중시한다. 이런 분위기를 중장년층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했다. 한 성형외과 원장도 “갈수록 온라인 모바일 영상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어 이런 분위기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승준 ohmygod@donga.com·조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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