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 눈 되는 앱 만들겠다”

신동진 기자

입력 2021-04-21 03:00 수정 2021-04-21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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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코리아 SW엔지니어 인턴 시각장애인 서인호씨의 도전
“장애인과 조력자 연결시키고 신체 제약 보완할 서비스 개발”



지난해 12월부터 구글코리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턴으로 근무 중인 서인호 씨(25·사진)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전맹(全盲) 시각장애인이다. 개발자들이 쓰는 ‘텐서플로’ 프로그램의 오류를 검증하는 게 그의 임무다.

앞을 볼 순 없지만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코드(프로그래밍 언어)를 읽는다. 마우스를 움직이는 대로 모니터 화면을 읽어주는 ‘스크린 리더’ 기능을 통해 활자를 듣고, 키보드를 외워 코드를 입력한다. 동료 개발자들과 협업하고 소통하는 데 지장이 없다.

15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서 씨는 “좋은 애플리케이션(앱)이 개발되면서 시각장애인의 삶도 달라지고 있다”며 “신체 제약을 보완하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접근성’ 서비스 개발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 씨는 여덟 살 때 녹내장 수술 이후 전체 시력을 잃었다. 소수자의 인권을 대변할 행정가의 꿈을 품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 2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을 때 정교한 휠체어용 안내 앱을 접하고 개발자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컴퓨터공학 복수 전공에 도전했지만 코딩은 쉽지 않았다. 서 씨는 “그림이나 그래프, 수식으로 설명하는 수업이 많았다. 수업 방식을 바꿔 달라고 건의도 많이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전공 과정을 무사히 마쳤지만 구직 과정에서 수차례 고배를 마셔야 했다.

구글코리아에선 지원서상 장애인임을 밝히지 않아도 됐고 인터뷰나 코딩 테스트를 진행할 때는 편의지원 담당자가 시각장애 상황을 고려해 추가로 필요한 장비를 제공했다. 서 씨는 “구글 안내 메일에 ‘우리는 당신의 능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원한다’는 문장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개발자로서 서 씨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기술에 관심이 많다. 그는 “장애인이나 어르신들이 바깥 활동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외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장애인과 조력자를 쉽게 연결하고, 시각장애인에게 무용지물인 키오스크를 대체할 수 있는 앱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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