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자산 17조-부채 18조’… 창사후 첫 완전자본잠식

세종=구특교 기자

입력 2021-04-21 03:00 수정 2021-04-21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年 이자 부담만 4000억 넘어… MB때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영향
작년 코로나로 유가 떨어져 직격탄… 해외자산 팔고 인력 구조조정


지난해 한국석유공사가 창사 41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자 비용만 연간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지난해 총 부채 규모는 18조6449억 원으로 전년보다 5139억 원 늘었다. 반면 자산은 17조5040억 원으로 1조1578억 원 줄었다. 이로써 석유공사는 1979년 창사 후 41년 만에 모든 자산을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평가됐다.

자산 대비 이자부담 부채 비율인 차입금 의존도도 83%에 달했다. 이자 부담 부채는 14조6685억 원으로 연간 이자 부담이 약 4000억 원에 달한다. 석유공사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2024년 부채는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공사의 부채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공사가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한 탓에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해당 사업으로는 캐나다 하비스트 유전 인수(4조8000억 원 규모)와 이라크 쿠르드 유전-사회간접자본(SOC) 연계 사업(1조 원 규모) 등이 대표적이다.

게다가 석유공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4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전년보다 30% 이상 떨어진 것이다. 유가 하락으로 석유공사가 소유한 해외 유전의 자산가치도 덩달아 떨어졌다.

이에 석유공사는 해외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며 개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올해 페루 석유회사인 사비아페루 지주회사의 지분 50%를 전량 매각했다. 캐나다 하비스트 유전 등 자산도 선별적으로 매각 중이다. 최근 2년간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해외자원개발 혁신 2차 태스크포스(TF)’는 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해외자원사업 등에 관한 권고안을 곧 내놓을 방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유전에서 원유를 생산해 바로 판매하기 때문에 지난해 유가 하락이 재무 상태에 큰 영향을 미쳤다”라며 “올해는 유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