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비웃는 펜션 호객… “6명이 한 방 써도 문제없다”

유채연 기자 , 이기욱 기자 , 이소연 기자

입력 2021-04-19 03:00 수정 2021-04-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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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보낼 때만 4명이라 하면 돼…SNS 안 올리고 현금결제 하면 OK”
업주가 ‘걸릴 일 없다’며 예약 유도
주말 각지에 몰린 봄철 나들이객, ‘1m 거리두기’도 제대로 안 지켜
확산세 지속에도 방역의식 느슨해져


‘다닥다닥’ 김포공항 17일 오후 김포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에 봄을 맞아 제주도 등으로 떠나려는 나들이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며 2m 이상 거리를 두는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일단 예약은 4명으로 해놓고, 당일 2∼3명 더 이용하는 건 상관없어요.”

경기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 씨는 18일 오후 2시경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6명 이상도 예약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전국 숙박시설에도 적용되고 있지만, 오히려 A 씨는 “문자메시지로 숙박인원을 확인할 때에만 저희 쪽에 ‘4명’이라고 답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모르는 일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의 한 숙박시설은 전화로 예약을 문의하자 “직계가족이 아니더라도 6명 이상 한 방을 잡아주겠다”며 대놓고 호객행위를 하기도 했다.


○ “절대 안 걸린다”…고삐 풀린 방역 의식


서울숲도 인파 ‘북적’ 1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 튤립길이 활짝 핀 꽃을 보러 온 상춘객들로 붐비고 있다. 서울숲 측은 튤립길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관람객이 일방통행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5일부터 나흘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섰다. 1주간 평균 확진자가 629명일 정도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하지만 봄철 나들이객이 몰리는 관광지와 공항 등에선 최소 1m 이상 거리를 띄우는 기본 방역수칙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여행객들은 물론 관광지 인근 숙박시설조차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수칙을 위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봄철 ‘방역 의식’이 집단적으로 느슨해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일부 숙박시설에서는 업주가 먼저 여행객에게 “절대 걸릴 일 없다”며 단체 예약을 받아내기도 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친구 6명과 가평의 한 펜션을 빌려 여행을 다녀온 박모 씨(20)는 “오히려 펜션 사장이 먼저 ‘SNS에 후기만 안 올리면 된다. 현금 결제하면 걸릴 일 없다’고 예약을 안내해줬다”고 말했다. 펜션 내부엔 방문한 이들의 연락처를 적어두는 출입명부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는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해당한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주에게는 최대 300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예약 인원을 속이는 등 방역수칙을 위반했다가 뒤늦게 확진자가 나올 경우 역학조사 등 감염경로 파악에 애를 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1m 거리두기 안 지키고 줄 서


제주 여행객 등 나들이 인파가 몰린 공항은 주말 내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17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3층 출발장. 입구 두 곳을 합쳐 200명 넘는 인파가 다닥다닥 붙은 채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적어도 1m 이상 거리를 두라는 방역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특히 공항 2층 외부에 마련된 흡연실에선 16명이 서로 한 발자국 떨어져 마주 보며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실내 흡연실을 이용할 때에도 2m 거리를 두고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방역수칙은 인파가 몰리자 무용지물이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봄철 나들이 특별방역대책’을 세워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전국 주요 자연공원과 휴양림, 수목원, 놀이공원 등 집중점검에 나섰다. 중대본은 “봄철 나들이 여행은 가까운 곳으로, 단체여행보단 가족끼리 소규모로 가급적 당일 개인 차량을 이용해 다녀오는 걸 권장한다”고 밝혔다.

유채연 ycy@donga.com·이기욱·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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