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운동 안 하겠다더니… 1년 만에 자전거 마니아 된 의사

김상훈 기자

입력 2021-04-17 03:00 수정 2021-04-1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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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우연히 자전거를 탔다가 주말마다 장거리 라이딩을 하는 마니아가 됐다. 내년 봄 아들과 함께 자전거 국토 종주를 계획 중이라는 김 교수가 병원 한쪽 공터에서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평소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 주말에는 소파에 누워 TV를 보거나 밀린 일을 했다. 40대 중반이 되니 체력이 달리는 느낌이 들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선뜻 시작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운동은 힘만 들고 재미가 없었다.

불과 3년 전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48)가 이랬다. 환자 진료나 학회 활동 외에는 관심을 뒀던 분야가 별로 없었다. 이 교수는 이석증과 메니에르증후군, 편두통성 어지럼증 등의 어지럼증 분야와 난청 치료의 전문가다.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진료지침위원장이다. 대한이과학회와 대한평형의학회 학술이사도 맡고 있다.

운동을 싫어했던 김 교수가 지금은 자전거 마니아가 됐다. 변화의 계기를 물었다.

● 어쩌다 ‘괴롭게’ 시작한 운동

2018년 어느 일요일 새벽이었다. 당시 중3이던 아들이 김 교수를 깨웠다. “아빠, 자전거 타러 가요.”

그동안 몇 번을 거절했는데 이날은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마침 김 교수의 아들이 자전거를 바꾼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아들의 낡은 자전거를 타고 함께 집을 나섰다. 한강을 따라 왕복 7km를 탔다.

너무 피곤했다. 휴일 새벽에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아했다. 그 후로도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지못해 자전거를 탔다.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이렇게 힘든 걸 왜 하지?’

1년이 지났다. 학술 모임에서 만난 의대 동문 선배들이 달리기 모임에 나오라고 했다. 선배들 말을 거역하기 싫어 어쩔 수 없이 모임에 참가했다. 매주 일요일 오전 6시에 남산 둘레길을 뛰었다. 숨이 턱턱 막혔다. 달리기는 자전거보다 더 싫었다. 그래도 억지로 뛰다 보니 익숙해졌다. 중간에 조금씩 쉬면서 10km까지 달릴 만큼 체력이 좋아졌다.

이 교수는 두 달 동안 이 모임에서 달렸다. 울며 겨자 먹는 기분으로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신체 변화가 생겼다. 배만 볼록하게 나오는 마른 비만 체형이었는데, 배가 홀쭉해졌다. 체중도 70kg에서 66kg으로 빠졌다. 체력도 강해진 것 같았다. 처음으로 운동의 효과를 체험한 것이다. 하지만 안 하던 운동을 하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갔다. 달리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 동료들 모아 자전거 타기 시작

김성헌 교수가 주말 자전거 라이딩 도중 휴식을 하면서 포즈를 취했다. 김성헌 교수 제공
운동을 왜 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 봤다. 일단 살이 찌는 게 싫었다. 둘째, 체력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계단만 올라가도 힘들고 조금만 집중해도 쉽게 피곤해졌다. 그런 증세가 싹 사라졌다. 무릎에 부담이 덜 가는 종목을 골라 꾸준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달리기를 중단하고 채 한 달도 안 돼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홀로 자전거를 타는 게 재미없었다. 고교 후배를 끌어들였다. 매주 2회 정도 밤에 만나 왕복 28km 정도 한강 둔치 자전거 도로를 달렸다.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라이딩을 멈춰야 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 한강 둔치로 달려갔다.

지난해 4월 이 교수는 ‘자전거 동료’ 4명을 추가로 영입했다. 주로 현직 의사들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주말마다 자전거를 탔다. 코스 난이도에 따라 왕복 50∼100km를 주행했다. 가끔은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더 먼 곳으로 가 라이딩을 시작했다. 금요일 밤에 강원 속초에 도착한 뒤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타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주로 강원과 경기 일대에서 자전거를 탔다. 올여름에는 제주도 일주에 도전한다.

고3 수험생이 되는 아들과는 요즘 자전거를 타지 않는다. 그 대신 대학생이 된 내년 봄에는 함께 국토 종주를 하기로 약속했다. 4박 5일 일정으로 코스를 짜기로 했다. 김 교수는 “해보지 않은 도전이라 조금은 두렵지만 설렘도 생긴다”며 웃었다.

● 콜레스테롤 수치 정상 수준으로 떨어져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탄 지 1년이 지났다. 체력이 가장 먼저 좋아졌다. 처음에는 오르지 못했던 급경사 언덕도 거뜬히 올랐다. 100km를 주행하고 난 후에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했는데, 지금은 쌩쌩하다. 이 교수는 “딱 어느 시점부터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3∼4개월 후부터는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떨 때 체력이 좋아졌음을 느낄까. 이 교수는 “체중이 늘어나면 어딘가 거북하고 움직임이 불편한 듯했다. 그런 느낌이 사라졌고 몸이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전거를 탄 이후로 65∼66kg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 지표도 좋아졌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종합 콜레스테롤 수치는 ‘위험’ 수준이었다. 고콜레스테롤혈증까지는 아니었지만 정상과 질병의 경계선에 있었다. 지금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져 정상 수준을 유지한다. 게다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고밀도지단백) 수치는 오히려 높아졌다.

이제 자전거 타기는 일상생활의 활력소가 됐다. 이 교수는 “고3 수험생이 집에 있으면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럴 때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면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언젠가부터 주말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어느 곳으로 갈까, 그런 생각에 금요일 저녁에는 설레기까지 하단다. 이런 생활,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할 거라고 한다.

라이딩 시작 전 조언 한마디
처음부터 무리한 도전은 절대금물, 가급적 여럿이 타야
자전거 타기는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만성질환 관리에도 좋은 운동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은 좋지 않다. 초보자일수록 신경 써야 할 점이 많다. 김성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자전거를 구입하는 단계부터 차근차근 생각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무리한 도전은 금물이다”라고 조언했다.

자전거를 장만하는 데도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 웬만한 자전거는 대부분 30만 원을 넘는다. 조금 좋아 보이는 자전거는 50만∼100만 원에 이른다. 100만 원을 훨씬 넘는 자전거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30만 원 내외, 조금 더 투자한다면 50만 원 내외의 자전거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전거가 자신의 몸에 맞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숍에서 전문가 도움을받아 안장이나 페달 등의 위치를 정확히 조절하는 게 좋다. 만약 평소에는 몸에 이상이 없는데 자전거만 타면 무릎, 허리, 목, 어깨 등 특정 부위가 아프다면 전문적인 자전거 피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라이딩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또한 라이딩은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처음에는 5∼10km의 짧은 거리에 도전한다. 이게 자연스러워지면 여러 차례 왕복한다. 이과정을 거쳐 라이딩이 능숙해지면 장거리 주행에 도전하도록 한다.

조금 실력이 붙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속도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이 경우 근육이 경직돼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김 교수는 “대략 5km 정도까지는 속도를 줄여서 타고, 그다음부터 속도를 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여러 명이 함께하는 라이딩을 권했다. 혼자 자전거를 타면 금세 싫증이 날 수도 있다. 게다가 여러 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 앞에서 타면 그 뒤 사람들은 바람의 저항을 덜 받아 힘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는 것이다.

일단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으면 운동을 거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2∼3주 정도 자전거 타기를 거르면 그다음에 다시 탈 때 초보자처럼 몸이 힘들어진다. 자전거를 탈 때 강해졌던 근육이 그사이에 경직돼 몸에 쌓인 피로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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