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울증’ 잡기 위해 뇌연구 어벤저스가 뭉쳤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4-16 03:00 수정 2021-04-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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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BS-한국뇌연구원 협력
청소년기 장기적 고립과 방치
정신질환 원인-치료 연구 착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등교일이 줄어든 아동·청소년이 가정에서 고립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소아청소년정신의학저널(JAACAP)’은 코로나19와 정신건강에 대한 최신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리뷰 논문을 내고 코로나19 시대 아동·청소년의 고립감이 몇 년 뒤 우울증과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4∼21세를 대상으로 코로나19와 고립, 외로움, 정신건강 등을 주제로 한 60여 개의 연구논문을 검토한 결론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장기적인 고립과 방치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거나 심리치료를 진행하지만 어떤 의약품과 치료 전략이 우울증이나 사회성 결여와 관련된 뇌 영역을 조절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앞선 국내 3대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뇌연구원은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공동연구에 나섰다. 뇌과학 분야 국내 3대 연구기관이 공동의 목표로 협력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세 기관은 2018년 뇌연구 분야 기관 간 협력연구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다. 기관의 고유 역량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구 과제를 검토했다. 3년간 운영한 협의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초 처음으로 ‘사회적 스트레스와 고립에 의한 정신질환 극복’이라는 공동의 주제와 목표를 토대로 한 협력연구에 착수했다. 공동책임자는 오우택 KIST 뇌과학연구소장과 이창준 IBS 인지및사회성 연구단장, 서판길 한국뇌연구원장이 맡았다.

KIST 뇌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사회적 스트레스·고립에 의한 정신질환의 진단 치료’ 연구에 3년간 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인지장애나 감정 호르몬 분비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우울증이나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된 뇌 영역인 ‘고삐핵’에 주목하고 있다. 뇌 해마 바로 밑에 위치해 신경신호 전달을 돕는 고삐핵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미진한 상황이다.

연구 책임자인 황은미 KIST 책임연구원은 “고삐핵이 실제로 우울증이나 사회성과 관련이 있으며 우울증 치료제인 케타민이 고삐핵의 신경 활성 패턴을 바꾼다는 보고가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며 “청소년기 사회성 발달 과정에서 고삐핵의 역할을 규명하고 이를 조절하는 치료 전략을 찾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IBS 인지및사회성 연구단 연구진은 ‘비자발적인 사회관계 축소에 따른 뇌기능 변화 연구 및 조절 기술 개발’을 주제로 연구에 나선다. 박주민 책임연구위원 주도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자발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외로움에 대한 뇌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다양한 인지 및 사회적 뇌기능을 규명하는 동물 실험 모델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개발한 동물 모델은 KIST와 한국뇌연구원 연구진이 활용할 예정이다.

김정연 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장 연구진은 사회적 고립과 복잡한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뇌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고 구체적인 정신질환 발생 메커니즘을 확인한다. 황은미 책임연구원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심각해지는 만큼 정신질환 연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청소년기 어떤 연령대에 어떤 치료접근 전략을 활용하는 게 우울증이나 사회성 결여를 극복할 수 있는지 규명하는 게 협력연구의 목표”라고 밝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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