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이어 中 주도 통신장비 시장도 흔든다

이건혁 기자

입력 2021-04-15 03:00 수정 2021-04-1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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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ZTE 등 中업체 무력화할 5G 새 방식 ‘오픈랜’ 도입 추진
자국 SW기업 중심 새판짜기 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반도체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다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를 만들 때 쓰는 얇은 실리콘 판인데 고르고 규칙적으로 연결된 격자 구조다. 워싱턴=AP 뉴시스

“신뢰할 수 없는 제조사(화웨이, ZTE)를 제한하는 동시에 통신 분야에서 ‘미국의 혁신’을 위한 조치를 가속화해야 한다.”(3월 17일, 미 연방통신위원회)

‘반도체 패권’ 탈환을 선언한 미국이 5세대(5G) 이동통신의 주도권도 중국으로부터 가져오기 위해 통신장비 시장 흔들기에 나섰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가 장악한 시장의 경쟁구조를 바꿔 중국 기업들의 힘을 빼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14일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최근 5G 통신기술의 대안으로 오픈랜(OPEN RAN·개방형 무선 접속망)을 전면에 내세웠다. FCC는 최근 ‘오픈랜 확산 촉진’에 대한 문건을 공개하며 기술 도입에 시동을 걸었다. FCC는 “경쟁을 강화하고 장비 제공업체(벤더)를 다양화하며, 네트워크 보안과 공공의 안전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픈랜은 통신장비 제조사가 통신 장비와 운영 프로그램을 묶음으로 제공하는 현행 방식과 달리 장비와 프로그램을 각각 분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현재는 화웨이 등이 통신 장비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납품하지만 오픈랜이 적용되면 화웨이는 장비만 판매하고 소프트웨어는 미국 기업이 맡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쥐고 있던 기술 주도권이 미국 중심의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미국은 보안 위협을 들어 화웨이를 글로벌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전략을 써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이에 일부 통신장비 업체가 과점한 시장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아예 판을 바꾸는 대안을 내세운 것이다. 오픈랜이 도입되면 통신장비 시장에 진출해 있는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미국이 강력히 추진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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