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CEO들 앞에서 반도체 웨이퍼 집어들며 “이게 바로 인프라”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4-14 03:00:00 수정 2021-04-14 03:21:45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백악관 반도체 회의]19개 글로벌 기업들과 ‘반도체 회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반도체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다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 회로를 만들 때 쓰는 얇은 실리콘 판인데 고르고 규칙적으로 연결된 격자 구조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를 비롯한 19개 글로벌 반도체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 놓고 진행한 ‘반도체 회의’. 화상으로 연결된 CEO들 앞에서 모두발언을 하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올렸다. “이 반도체가 바로 인프라”라며 “우리는 과거의 인프라를 수리하는 게 아니라 오늘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도체를 향후 미국 인프라의 핵심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순간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20세기에 그러했듯이 21세기에 다시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며 “미국 일자리 계획을 통과시키고 미국 미래를 위해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인프라의 재건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의 연구개발(R&D)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정부가 반도체 투자 계획이 포함돼 있는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CEO들을 향해 적극적인 동참과 투자를 촉구했다. 미국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미국이 새 동력을 얻는 데 필요한 투자를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공급 부족 해소를 넘어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을 의식한 대중(對中) 견제용이라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70명에 가까운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반도체 투자를 초당적으로 지지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기다리지 않으며, 미국 또한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상하원 의원들이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은 반도체 개발 및 생산 증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중국에 대한 경쟁력을 높이고 미국 경제는 물론 안보의 회복력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반도체 생산촉진법(CHIPS for America Act)에 따른 예산 배분과 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는 방안까지 논의 중이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인공지능(AI) 위원회는 지난달 초 연방의회에 “반도체 생산 장비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백악관은 회의 후 배포한 자료에서 “대통령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산업계 리더들로부터 직접 의견을 들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장단기 접근 방법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CEO들은 미국 내 반도체 추가 생산 역량을 늘리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혀 회의의 방점이 미국의 반도체 생산 증가 및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독려에 찍혀 있음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업들은 반도체 공급망의 투명성 향상과 수요 예측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생산 기업과 수요 기업 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벌써부터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기 시작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면서 “향후 6∼9개월 내에 실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서동일 기자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