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짓으로 그리는 ‘세월호 참상’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4-14 03:00 수정 2021-04-14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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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로 표현한 ‘빛, 침묵, 그리고…’
16일부터 사흘간 대학로서 공연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 이야기”


무용수 19명이 어둠 속에서 공포를 느끼며 절규하듯 몸짓한다. 김용걸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서 생존자와 희생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생존자이자 희생자”라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제공

세월호 참사의 고통과 참상을 몸짓으로 그려내는 발레 ‘빛, 침묵, 그리고…’가 16∼18일 사흘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안무·연출한 이번 작품은 2014년 9월 초연, 2015년 재연을 거쳐 6년 만에 관객과 만난다.

김 교수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5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보고 겪은 수많은 일들 중 가장 비참했던 사건”이라며 “가장 비열한 인간들의 모습과 그들로 인해 고통스럽게 절규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동시에 봤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참상을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현장에서 시작한다. 구명조끼를 입은 채 울부짖는 여자아이가 등장하며, 아이는 검은 남자에 이끌려 지하로 내려간다. 무용수들의 처절하면서도 강렬한 안무는 비극과 숙연함을 불러일으키며, 객석에 진정한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다. 베를린국립발레단 출신의 이승현을 비롯해 김용걸댄스씨어터 무용수 19명이 무대에 나선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거쳐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 첫 솔리스트로 활동한 1세대 스타 발레리노인 그는 한예종 무용원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안무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특히 2011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김용걸댄스씨어터를 통해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 ‘Work’ ‘Inside of life’ ‘Bolero’ ‘Les Mouvement’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발레가 가진 제한적 움직임과 표현의 한계를 확장한다”는 지론을 갖고 움직임에 집중해왔다. 발레 대중화와 현대화에도 힘썼다.

김 교수는 “이번 공연은 참사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사건과 우리 자신에 대한 기록이자 되새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보다 많은 이가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아르코예술극장 홈페이지에서 1인 1장씩 예매가 가능하다. 8세 이상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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