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몸살앓던 하천의 깜짝 변신… 막히지 않는 ‘다중 여과망’ 덕분”

박성민 기자

입력 2021-04-14 03:00 수정 2021-04-14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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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서호천 복원사업 맡은 P&I… 자체 개발 공법 통해 오염원 걸러
홍봉창 대표 “기존 여과 시설보다 관리 용이… 가성비가 최고 강점”
中서 日기업 제쳐, 동남아도 노려


홍봉창 피앤아이휴먼코리아 대표는 “기후 변화로 인해 향후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앤아이휴먼코리아 제공

경기 수원시를 지나는 서호천은 수년 전까지 각종 하수와 악취로 몸살을 앓았다. 수질은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 5등급까지 떨어졌다. 물 속이 보이지 않고 인체에도 치명적인 수준이다. 사람도 동물도 찾지 않던 서호천의 수질은 2017년 2등급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했다. 멸종 위기종인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됐고, 서식하는 수생식물은 31종에서 185종으로 늘었다.

서호천의 수질 개선은 환경부의 생태하천 복원사업의 효과다. 수원시는 하천에 유입되는 하수 속 오염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하천 유역 11곳에 설치한 합류식 하수관거 월류수(CSOs) 처리 시설의 효과가 컸다. 빗물에 쓸려오는 오염원과 하수를 걸러주는 시스템이다.

시스템 시공을 맡은 곳은 하수 처리 전문기업인 피앤아이휴먼코리아(이하 P&I)다. 서호천에는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커튼월(Curtain Wall) 공법’이 적용됐다. 흘러온 오수를 전처리조에서 1차로 걸러낸 뒤 여러 겹의 방사형 여과망이 설치된 여과조에서 오염원을 추가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여과망의 틈은 갈수록 작아져 큰 오염원부터 차례로 걸러진다. 전국 350개소에 P&I의 여과 및 저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수원의 삼성전자 주변 부지도 그중 하나다.

커튼월 공법의 장점은 여과망이 쉽게 막히지 않아 퇴적물을 자주 청소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여과형 하수 처리 시설의 가장 큰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대신 여과 면적이 여과망 수에 따라 배로 늘어난다. 홍봉창 P&I 대표는 “기후 영향이 크고 정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생물학적 처리나 2차 오염 우려가 있는 화학적 처리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P&I는 환경신기술 등 3건의 신기술을 인증받았다. 지난해에는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곳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16년에는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중국은 2015년 빗물을 재활용하는 동시에 하천의 수질을 개선시키는 ‘스펀지 시티’ 사업을 시작했다. 들쭉날쭉한 강우량에 대비할 수 있는 저류(貯留) 기술을 필요로 했다. 이미 일본에서만 60개 이상의 저류조 생산 기업이 진출해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중국 상하이시 환경과학원의 하수처리 전문가들이 수십 차례 국내 시설을 방문해 성능을 점검했다.

하지만 P&I는 일본 기업보다 기술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의 공법은 박스 형태의 구조물을 쌓는 방식이라 내구성이 떨어졌다. 지면에 도로도 내지 못했고 내부 청소도 어려웠다. 반면 P&I의 저류조는 벌집 모양으로 벽을 끼워 맞추면 돼 설치 기간도 짧고 퇴적물 처리도 용이했다. 홍 대표는 “현재 청소로봇 개발이 거의 끝나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며 “수질 검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P&I의 저류 기술은 생활용수가 부족한 도서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인천 덕적도 등에 P&I의 저류조가 설치돼 있다. 홍 대표는 “해수 담수화로 바닷물을 활용하거나 콘크리트 저류조를 설치하게 되면 비용이 많이 들고 시설 관리가 어렵다”며 “P&I의 저류조는 설치가 쉽고 시공 기간이 짧아 섬 지역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공장 등 오염원이 확실한 곳보다 일반 도로나 하천은 오염 관리가 더 힘들다. P&I가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것도 이런 비점(非點) 오염원 관리가 시급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P&I의 기술만으로 오염원을 100% 없앨 수는 없다”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자연의 정화 능력을 되찾아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강점”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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