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vs MB서 文 vs 吳까지… 정부 vs 서울시 부동산 전면전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4-13 11:16:00 수정 2021-04-13 11: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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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특별시청으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12일 서울시 국실별 업무보고 자리에서 주택공급을 공공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할 뜻을 밝히면서 국토교통부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국토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획기적인 공급방안이라 내세우고 있는 ‘2·4 대책’의 핵심 키워드가 ‘공공 주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국토부가 오류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공시가격에 대한 재조사도 강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금명간 국민의힘 소속 5개 시도지사가 공동으로 공시가격 동결 등을 촉구하며 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양 측의 충돌 가능성은 오 시장이 ‘4·7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부터 줄곧 제기돼왔다. 야당 출신의 서울시장과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기본적인 관점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이 대권에 대한 야망을 가질 유리한 입지인데다 국토부 관련 업무가 서울시장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만한 ‘재료’가 많다는 점도 양측의 충돌을 예상케 했다. 실제로 서울시장이 야당인사가 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국토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불을 뿜었다.


● 노무현 vs 이명박…“정부 부동산정책은 군청 수준”
사진=동아일보 DB
국토부와 서울시의 갈등은 노무현 정부(2003년2월~2008년2월)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민선 3기 서울시장(2002년7월~2006년6월)으로 재직하던 된 때부터 시작됐다. 이전에도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이견을 내는 일은 있었지만 쉽게 조율할 수 있었다. 선거를 통해 시장을 뽑기 전에는 모두 임명직이라 갈등이 생길 수 없었고, 민선 1기(조순·1995~1997년)와 2기 시장(고건·1998~2002년)은 모두 여당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 출신의 첫 민선 시장이 들어서자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 협상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행정수도 이전부터 2005년 ‘8·31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던 송파신도시(현재의 위례신도시) 개발, 뉴타운 조성, 집값 급등 책임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안을 둘러싼 치열하게 논쟁과 소송 제기 등과 같은 ‘실력행사’를 벌였다.


특히 재건축은 자주 뜨거운 갈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2005년 초 서울시가 강남 송파 등 일부 아파트의 재건축을 추진하자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재건축 승인 권한 일부를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으며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재건축이 집값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명분이었다.


이에 발끈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정부가) 그런(재건축 인허가권을 환수하는) 어리석은 생각은 갖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반발했다. 이어 같은 해 6월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군청 수준’”이며 “강남 아줌마보다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토부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당시 장관과 실무책임자가 국회와 방송 등에서 “이 시장이 시청 앞 잔디를 까는 등 전시적 행정은 해왔지만 제대로 된 실적이 없다”거나 “서울시장이 남의 집 이야기하듯 정부 정책을 평가하는 데 서울 집값 문제는 서울시가 1차 책임자”라며 공세를 펼쳤다. 이에 반발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전체명의로 장관의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항의방문단을 꾸리기도 했다.


● 노무현 vs 오세훈…“서울시장의 몽니 부리기”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이번 ‘4·7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민선 7기 서울시장이 된 오 시장은 민선 4,5기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2006~2011년)에 이미 국토부(당시 건교부)와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며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명박 시장의 뒤를 이어받아 2006년 7월 서울시장 자리에 오른 오 시장과 당시 국토부는 행정수도, 뉴타운 등을 둘러싸고 긴장관계를 이어갔다. 특히 ‘용산 공원 이용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는 갈등 폭발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국토부는 용산공원 조성비용(1조 2000억 원)을 국가와 서울시가 공동 분담하고, 용산공원 전체 부지(267만㎡·81만 평) 가운데 일부(19만8000㎡·6만 평)를 복합용도로 개발해 사업비를 충당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서울시는 “용산기지 전체를 공원화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용산공원의 주도권에 대한 다툼이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용산기지 활용은 서울시 의견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 2006년 8월 24일 대통령과 3부 요인, 주한 외교사절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용산기지 공원화 선포식’에 주빈이나 마찬가지인 오 시장이 불참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이튿날 당시 장관이 방송에 출연해 “개발주체가 중앙정부가 되는 데 소외감을 느끼고 (오 시장이) 일종의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용산공원을 둘러싼 양측의 싸움은 이듬해인 2007년 6월 정부가 서울시의 요구를 받아들인 용산공원 특별법을 마련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킴으로써 일단락됐다.


● 이명박 vs 박원순…“서울시가 반시장적이다”
뉴스1
이후 이명박 정부(2008~2013년)가 집권하고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는 기간에 양측은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당시 이 대통령이 직전 서울시장을 역임했기에 양측의 관계는 끈끈했다.


하지만 이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 시장이 민선 4기 서울시장(2010년 7월~2011년 8월) 자리를 1년 1개월여 만에 물러나고 후임자로 고 박원순 민선 5기 시장(2011년 10월~2014년 6월)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당시 박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범야권 인사로 분류됐다.


양측은 재개발·재건축, 뉴타운 사업 등을 둘러싸고 난타전을 벌였다. 싸움은 양상은 이전과 달랐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잇따라 제동을 걸었고, 뉴타운사업까지 전면 수정했다.


두 사업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공을 들였고, 오세훈 시장 때까지 이어져 왔던 것들이었다. 공수가 바뀐 셈이다. 이에 국토부(당시 국토해양부)는 “주택시장을 위축시키는 반시장적 행태”라며 정면 비판했고, 서울시는 “뉴타운사업을 정리하면 되레 서민주거가 안정된다”며 즉각 반박했다.


이후에도 서울시와 국토부는 △재건축 아파트 소형주택 의무비율 확대 △국민주택 규모 축소 △KTX 시·종착역 위치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갈등을 이어갔다.


● 정책 혼선에 서민 고통 늘고, 세금만 낭비
문제는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이 정책 혼선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서민 고통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세금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대표적인 예가 재건축이나 신도시 조성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이다. 이로 인해 집값 상승이나 공사비 증가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해당주택 소유자는 물론 내 집 마련을 기다리던 실수요자들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부처 간 갈등으로 각종 사업 등이 지연되면서 수십억~수백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는 경우도 적잖다. 이는 감사원이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4~6월까지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와 농림부 등 38개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공기관 갈등조정·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뒤 작성한 보고서에서 잘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이 기관 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복 추진된 사업을 찾아내 개선시킨 결과 5387억 원이 절감됐다. 감사원의 중재가 없었다면 손실로 이어졌을 금액이었다.


이 때 예시된 대표적인 사업 가운데 하나가 인천국제공항철도 한강교량 및 역사 건설을 둘러싼 국토부와 서울시의 갈등이다. 당시 국토부는 한강교량을 철도교량만으로 짓고, 마곡역사는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한강교량을 철도와 도로의 병행 교량으로 하고. 마곡역사는 국토부 부담으로 설치할 것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섰다.


이로 인해 2009년말 준공 예정이었던 2단계 인천국제공항 건설사업이 지연될 상황에 처했다. 이에 감사원은 공항철도의 한강교량은 철도 교량만 설치하고, 마곡역사도 별도로 짓도록 정리했다. 이를 통해 사업지연에 따른 관리비용과 운송수입 등 361억 원이 줄어들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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