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삶의 질 떨어뜨리는 ‘만성 심부전’ 국가 차원 통합진료 시스템 절실

동아일보

입력 2021-04-14 03:00 수정 2021-04-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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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 부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고령의 만성 기저질환자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감염에 취약하고 사망률이 높으며, 심지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비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기저질환 가운데 대표적인 질환이 만성 심부전이다.

만성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약해져 우리 몸의 여러 기관에 혈류를 효과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는 다양한 심장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심부전 특성상 반복 입원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대부분의 암보다 예후가 나빠 사망률도 높다.

만성 심부전은 고령 환자가 많다. 50∼60세 유병률은 0.63%지만 65세 이상이면 10% 이상이다. 이들은 고혈압, 고지혈증, 부정맥, 당뇨병, 만성 콩팥병, 심근경색, 뇌경색증, 퇴행성관절염, 암, 우울증, 불면증, 치매 등 다양한 질환을 동반한다.

고령의 심부전 환자들은 많은 치료약을 복용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복용하는 약이 어떤 약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국에선 퇴원 전이나 외래에서 의사나 약사가 체계적으로 복약 지도를 해 약제들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한 부작용을 줄이고 있다. 또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세심한 진료 체계를 운영하는 것이 고령의 만성 심부전 환자에겐 꼭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의료인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 보건 당국에서 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코로나19 감염 초기에 요양병원에 입원한 고령의 환자들이 체계적인 관리 없이 무방비로 노출돼 한동안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심부전을 포함한 고령의 심혈관질환자 대부분은 심혈관질환 자체보다는 세균성, 바이러스성 감염 등에 의한 폐렴과 패혈증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만성 심부전 환자들은 외래에서 약물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돼 입원하면 입원비용이 전체 의료비의 90%를 차지한다. 또 입원으로 인한 의료비 부담도 최근 10년간 3.1배나 높아졌다. 심부전 환자의 사회경제적인 비용은 심부전이 없는 사람의 1.7배에 해당한다.

이미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심부전 질환이 향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만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수한 최신 심부전 치료약제 및 신의료 기술 도입을 더 긍정적인 자세로 검토했으면 한다. 기존의 치료제보다 비용이나 효과 측면에서 우월한 새로운 약제 및 신의료기술의 도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심부전 환자의 국내 의료비 부담을 확실히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옛말에 사람의 성격은 ‘얼굴’에서, 본심은 ‘행동’에서, 감정은 ‘음성’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만성 심부전 환자는 장기적인 투병 생활과 약 복용으로 인해 심신이 매우 지쳐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건강보험 체계로 인한 단 몇 분 만의 외래 진료는 동반 질환이 많은 심부전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환자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제는 의사 개인의 능력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시대가 아니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협력진료 시스템이 환자의 만족도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 부회장(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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