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신약 ‘렉라자’… 피부-심장독성 부작용 낮고 뇌전이 줄여[이진한 의사 기자의 따뜻한 약 이야기]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입력 2021-04-14 03:00:00 수정 2021-04-14 04: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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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세포폐암 3세대 표적치료제
기존 약제에 내성 생긴 경우 처방
환자 삶의 질 높이고 생존율 향상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조병철 교수가 전임상연구로 유명한 세브란스 에비슨 의생명연구센터에서 국내 31호 신약 폐암 표적치료제인 ‘렉라자’의 개발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폐암은 국내 발생률 3위 암이지만 사망률은 1위인 ‘독한’ 암이다. 특히 비소세포폐암은 폐암 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엔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의 표적치료제로 국산 31호 신약인 ‘렉라자’가 개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렉라자는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부터 급여 적정성도 인정받았다. 렉라자는 건강보험 적용 첫 관문을 통과해 조만간 국내에서도 처방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에 렉라자의 국내 임상시험을 주도한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조병철 교수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만나 신약 개발 에피소드와 폐암 치료의 최근 트렌드에 대해 알아봤다.


―렉라자는 어떤 약인가?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성분명:레이저티닙)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타깃으로 하는 3세대 표적치료제다. 즉 폐암이 먹고사는 성장인자 수용체인 EGFR를 ‘셧다운’시켜 암의 성장을 멈추게 한다.”


―렉라자 임상을 진행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레이저티닙은 2013년에 처음 만났다. 당시 이 약을 개발한 미국의 고종성 박사가 내 논문을 보고 중계 연구(전임상 연구)를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런데 그때는 젊은 교수였기 때문에 연구비가 매우 적었고, 고 박사도 연구비를 제공해줄 수 없는 상태라 연구를 못 했다. 그 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싱가포르로 장기연수를 다녀왔다. 그런데 2015년 유한양행에서 레이저티닙 관련 기술을 도입해 내게 전임상을 같이 하고, 효과가 좋다면 임상연구까지 같이 진행하자고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2013년에 처음 만났던 그 약이었다. 그때 ‘운명적으로 이 약은 나에게 올 약이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애정을 갖고 개발을 시작했다.”

―기존 치료제와 비교할 때 렉라자의 강점은.

“기존 3세대 표적치료제인 타그리소라는 약이 나온 이후 수많은 다국적 제약사에서 3세대 표적치료제를 개발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됐다. 그 와중에 렉라자는 성공적으로 개발됐다. 임상종양학 저널 표지에 게재된 렉라자의 전임상(동물 임상) 결과에 따르면 피부독성 부작용이 적고 기존 치료제보다 뇌전이에 대한 효과가 우수했다. 이는 환자 임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물 모델에서 만들어진 데이터가 환자에게서도 검증된 것이다.”

―기존 치료제가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렉라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뇌전이 효과뿐 아니라 기존 약제에 비해 심장 독성이 낮다. 따라서 심장질환의 기저질환자, 특히 EGFR 돌연변이 4기 폐암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렉라자를 두고 항상 비유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러 종류의 옷을 바꿔가면서 입는다. 그래야 살기가 편하지 않나. 환자도 마찬가지다. 약이 한 가지밖에 없다는 건 1년 365일 똑같은 옷만 입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약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은 환자들의 삶의 질과 생존율 향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렉라자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뭔가.


“렉라자는 단독 요법으로도 이미 효과를 입증했고, ‘아미반타맙’이라는 파트너 약제와 다양한 형태의 병용 임상을 진행 중이다. 병용 임상은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의 1차 약제로 △기존 약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들을 대상으로 △EGFR 돌연변이 환자 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EGFR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이다. 초기 결과도 굉장히 고무적이다.“

―렉라자와 타그리소 둘 다 2차 치료제다. 어떤 기준으로 처방하나.

“처방을 할 때 국산이냐 외국산이냐는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환자의 여러 가지 전신 건강 상태, 뇌전이 여부, 피부 독성, 심혈관계의 부작용에 감내할 수 있는 환자의 역량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게 좋다.”


―시민들이 폐암을 의심해 볼 만한 증상이 있나.


“아쉽게도 폐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다. 폐암 계통에서 고위험군인 직계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다거나, 흡연자 중 40∼80세 연령층 환자들은 매년 저선량 CT(컴퓨터단층촬영), 즉 폐암 검진용 CT를 찍는 것이 좋다. 특히 기존에 없던 호흡곤란, 기침, 가래, 혈당, 체중 감소가 있을 때는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폐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폐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 신약 개발 속도가 빠르다. 이에 환자들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생존율도 많이 향상되고 있다. 특히 렉라자와 같은 혁신적인 표적치료제, 또 앞으로 나올 면역항암제 등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또 신약 임상이나 여러 임상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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