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기다렸는데 또 취소?”…불안한 공공개발 후보지 주민들

뉴스1

입력 2021-04-13 07:21 수정 2021-04-1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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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3구역. (자료사진) 2021.3.30/뉴스1 © News1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간 주도 정비사업에 힘을 싣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공공 개발 후보지에서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공공 개발을 반겼던 주민들은 민간으로 방향을 틀자는 목소리에 “또 몇 년을 허비하게 생겼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공공 개발 후보지로 발표된 구역 다수에서 공공 개발과 민간 개발을 두고 저울질하는 주민들 비율이 늘고 있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오 시장 취임에 따라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공공 개발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이 진행되길 바랐던 주민들은 속이 타고 있다. 공공재개발·도심 공공주택복합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주민 동의율 확보가 관건인데, 주민들 의견이 갈리면 이를 채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은평구 증산4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긴 10년 넘게 (재개발을) 시도했는데 결국 구역 해제까지 겪으며 고생을 많이 했던 곳”이라며 “공공이라도 빠르면 된다며 반기는 주민이 많았는데, 헛바람이 들어 이 기회까지 놓칠까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4 대책에 따른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은 공공이 주도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토지소유권도 공공에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반발하는 주민들도 많았지만, 후보지 중 다수가 과거 구역이 해제돼 수년간 방치됐던 아픔을 겪어 찬성의 목소리도 꽤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신길동 주민은 “선정된 곳들은 이미 민간 개발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지역”이라며 “규제가 완화될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주민들끼리 사분오열됐다가 빌라촌으로 남을까봐 걱정될 따름”이라고 말했다.

공공 개발이라도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이 커서 비교적 주민 호응이 높았던 공공재개발 사업에서도 분열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1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 주민 설명회까지 마친 봉천13구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면 공공이 주는 인센티브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주민들도 많다”며 “어느 쪽으로 확 기울었다고 보기 어려워 동의율을 채울 수 있는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후보지 주민들이 공공과 민간을 두고 저울질하며 술렁이는 가운데, 권리기준일(권리산정일) 문제에 엮인 주민들 중심으로 ‘민간 주도’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고 인근 주민들은 귀띔했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구역에 ‘지분 쪼개기’ 형태로 투기 세력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자 조합원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 기준일을 공공재개발 공모 공고일(2020년 9월21일)로 정했다. 이에 신축 빌라 주민들을 중심으로 민간 개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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